주어진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에서 방향을 정하는 사람으로
학생들은 대부분
이미 정의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에 익숙하다.
과제의 조건이 주어지고,
시장 상황이 설명되고,
목표가 설정된다.
디자인은 그 안에서
가장 설득력 있는 답을 찾는 일로 이해되어 왔다.
이 방식은 효율적이다.
그러나 동시에 학생을
항상 ‘이미 정해진 조건’ 안에 머물게 한다.
AI는 이 구조를 더욱 강화한다.
주어진 전제 안에서
더 빠르고 더 다양한 해답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업의 출발점을
조금 바꾸려 한다.
문제를 더 빨리 해결하는 대신
그 문제가 어떤 미래를 전제하고 있는지 묻는 것.
“이 방향은 왜 당연하게 여겨지는가.”
“다른 가능성은 정말 없는가.”
“우리는 어떤 미래를 암묵적으로 선택하고 있는가.”
있을 법한 미래를 상상해 보는 일은
단순한 예측이 아니다.
그 가정을 통해
현재의 전제를 드러내는 과정에 가깝다.
그리고 그중 무엇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할 것인가는
디자인이 가져야 할 책임과 연결된다.
중요한 것은
미래를 맞히는 일이 아니다.
어떤 미래를 기준으로
지금의 선택을 조정할 것인가를
스스로 결정하는 일이다.
올해의 수업에서는
학생들이 당면한 문제에 끌려가기보다
조건을 재구성하는 위치에 서 보기를 기대한다.
이미 정의된 요구를 처리하는 사람이 아니라,
전제를 다시 설정하는 사람.
AI는
주어진 조건 안에서 수많은 결과를 만들어낸다.
그러나 어떤 조건을 선택할 것인지,
어떤 방향을 바람직하다고 판단할 것인지는
여전히 사람의 몫이다.
바람직한 미래를 설계하는 연습은
결국 현재를 다시 보는 연습이다.
그 연습이 반복될 때
학생은 상황에 반응하는 사람이 아니라
방향을 정하는 사람이 된다.
그리고 그 지점에서
디자인 교육의 역할도 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