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과에서 타운홀 미팅을 시도하며
이번 학기에는
수업과는 조금 다른 시도를 하나 해보려고 한다.
학과 안에서
타운홀 미팅을 열어보는 것이다.
교수, 조교, 학생이
같은 자리에서
같은 질문을 두고 이야기하는 자리.
스타트업에서는 익숙한 방식이지만
대학에서는 아직 낯선 형식이다.
그래서 더 해보고 싶었다.
수업을 하다 보면
이상한 순간들을 자주 마주하게 된다.
학생들은
생각보다 많은 질문을 가지고 있다.
다만
그 질문을 꺼낼 자리가 없다.
질문은 있지만
말할 구조가 없는 상태.
그래서 대부분의 질문은
과제 안으로 흡수되거나
개인적인 고민으로 남는다.
그래서 생각했다.
수업이 아니라
조금 더 열린 구조에서
같이 이야기해 보면 어떨까.
학과라는 단위 안에서
지금 우리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함께 질문해 보는 자리.
그게 타운홀 미팅이다.
이 시도를 이야기하면서
흥미로운 반응들도 함께 보게 되었다.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이런 이야기였다.
그 말을 들으면서
조금 오래 생각하게 되었다.
지금 우리가 걱정해야 할 것은
질문이 뻔해지는 것이 아니라
질문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닐까.
AI는
점점 더 많은 답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 답은
점점 더 빠르고
점점 더 정교해지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이전보다 훨씬 쉽게
무언가를 완성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이럴수록 하나의 능력은 더 중요해진다.
무엇을 물어볼 것인가.
AI는
답을 만들어주는 도구이기 때문에
질문이 없다면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지금의 디자인 교육에서
결과를 만드는 능력보다
질문을 만드는 능력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동시에
우리는 여전히
질문을 꺼내는 일에
조금 조심스러워하고 있는 것 같다.
우리는 종종
학생들의 질문 수준을 이야기하지만
어쩌면
그 질문이 단순해 보이는 이유는
학생들이 아니라
구조에 있는 것은 아닐까.
질문을 요구하지 않는 수업
질문을 꺼내기 어려운 분위기
정답에 가까운 답을 더 선호하는 방식
이런 것들이 쌓이면
질문은 자연스럽게
비슷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타운홀 미팅은
대단한 프로그램이 아니다.
그저
질문을 꺼낼 수 있는 구조를
한 번 만들어보는 시도에 가깝다.
물론
이런 시도는 언제나
조금 불편하다.
익숙한 방식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때로는
새로운 시도보다
익숙한 방식을 유지하는 것이
더 안전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든다.
AI가 모든 답을 만들어내는 시대에
우리는
질문을 더 조심하게 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나는
학생들이 완성된 질문을
가져오기를 기대하지 않는다.
대신
조금 서툴더라도
자신의 생각을 꺼내보고
서로의 생각을 듣는 경험을
한 번쯤 해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번 학기
작은 실험으로
학과 안에서
타운홀 미팅을 한 번 시작해보려고 한다.
잘 될지 확신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이 질문 하나는 남기고 싶다.
AI가 더 많은 답을 만들어낼수록
우리는
더 많은 질문을 하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