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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종영 Mar 06. 2021

경연 프로그램의 피로도, 그리고 '미스 트롯2' 성료

어김없이 부모님께선 '미스 트롯2'를 반찬 삼아 식사를 하신다. 최근 어머니 자가격리 해제된 뒤라 그런지, 프로그램이 재미있어서 그러신지는 모르겠지만 화기애애하신 부모님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참 따듯해진다.


나 역시 부모님과 사회적 거리두기 영향으로 그간 보지 않았던 트로트 경연 프로그램을 상대적으로 자주 보게 됐다. 글로도 적었지만 몇몇 무대는 심금을 울리기도 했다. 그렇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오랜 시간 반복된 경연 프로그램에 대한 피로도가 높았기 때문이다.


그 기원(?)이 어디서부터였는지 기억나지 않을 만큼 21세기 방송가에선 경연 프로그램이 대세로 자리매김했다. 대중가요, 밴드, 모창과 같은 음악에서부터 요리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 모든 채널에서 경연 프로그램을 찍어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좋았다. 내가 노래를 잘 못해서 그런지 노래 잘하는 사람들을 보면 그저 부럽고 기분이 좋아졌다. 시원한 가창력은 그만큼 긍정적인 기운을 선물하는 힘이 있는 듯하다. 어릴 적부터 MP3를 항상 지니고 다닐 만큼 노래 듣는 걸 좋아했었기도 했었기에 실력자들이 운집하는 경연 프로그램을 애청했다.


하지만 언제부턴지 음악 듣는 횟수가 급격히 줄었다. 대중가요 프로그램도 매주 챙겨봤었고, 음악과 항상 함께 했었는데 갑작스레 음악과 결별하게 됐다. 그 이유는 생각도 나지 않는다. 음악을 듣지 않으면서 어딘가를 걸어가는 걸 상상도 하지 못했었는데 말이다.


그러면서 경연 프로그램의 홍수가 눈앞에 펼쳐졌다. 처음에는 다양한 분야의 경연이 이어져 관심이 갖지만 아무래도 오랜 기간 반복되다 보니 흥미가 떨어질 수밖에. 반복으로 인한 피로도는 생각보다 컸다. 지금도 많은 시청자의 관심을 받고 있지만 최근까지도 나에겐 그다지 매력적인 포맷이 아니었다.


경연 프로그램과의 거리두기가 단지 반복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 피 말리는 경쟁 구도가 더 보기 힘들었다. 물론 참여자들에겐 인생 일대의 기회가 될 수 있는 소중한 무대겠지만 제삼자에게는 너무나 가슴 아픈 현장의 연속이다. 경연이 아니더라도 숨 막히는 경쟁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이들이 경쟁 속의 경쟁을 하는 꼴이지 않은가. 얼마나 많은 에너지가 소모될지 감히 상상도 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어김없이 '미스 트롯2'는 역대급 화제성을 낳으며 성료 됐다. 3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방송사에 큰 족적을 남기기까지 했다. 중간에 잡음도 있었지만,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는 게 기록으로 증명된 셈이다. 


거대한 흐름에 나 역시 순응할 수밖에 없었기에 한동안 금기시했던 경연 프로그램을 다시 접했는데, 그간 안타까운 측면만 보였던 그곳에서 재밌는 요소를 발견했다. 영상미를 돋우는 '자막'이었다.


방송에는 다양한 규제가 따른다. 영향력이 큰 매체일수록 규제는 심하다. 특히 폭력, 성, 범죄, 음주, 흡연과 같이 청소년들의 성장에 저해가 될 만한 요소들이 억제된다. 


하지만 시대가 지날수록 이 선이 불분명해지고 있다. 이미 스트리머들이 주는 선정적 콘텐츠, 욕설 등의 악영향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는데 TV 방송에서마저도 이런 모습이 드러나고 있다. 부적절한 용어들이 자막으로까지 강조되고 있으며, 이제는 '미쳤냐?'라는 말은 전혀 제재받지 않는다. 


그렇지만 가만히 '미스 트롯2'를 보면서 무대와 섞여 송출되는 자막들이 참 '아름답다'는 느낌을 받았다. 현장과 그 경쟁을 하는 당사자들은 피 말리는 순간들 일지 모르지만 자막만큼은 평화로웠다. 자막은 떨어진 사람에게는 격려를, 상위 라운드로 진출한 사람에게는 찬사를 보냈다. 그리고 그들의 과정과 노력을 기렸다. 시리즈 전체를 다 보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내가 봤던 장면들에서는 눈살 찌푸리게 만드는 자막이 없었다.


오랜 기간 우리 민족의 한을 달래준 트롯, 그리고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해 소화한 TOP7을 비롯한 참가자들, 그리고 이를 더 아름답게 포장해주는 자막이 조화를 이룬 덕에 이만한 열풍을 일으킨 것 아닐까? 그렇기에 코로나 블루로 힘겨워하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잠시나마 위로와 평안을 선물해줄 수 있었던 것 아닐까?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시청자들에게 쉼표를 선사한 '미스 트롯2' TOP7 양지은, 홍지윤, 김다현, 김태연, 김의영, 별사랑, 은가은 님을 비롯한 모든 출연자께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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