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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종영 Mar 07. 2021

스님이 절에 방화하는 코로나19 시대

전라북도 정읍시. 부모님 고향이서 최소한 1년에 2번은 이곳을 찾았다. 코로나19가 침범한 2020년 이전까지는 그랬다. 친척들도 정읍이나 그 옆 전주시에 많이 거주해 종종 갔을 만큼 좀 멀지만 친숙한 지역이다. 그런 곳에서 며칠 전 기이한 일이 벌어졌다.


한 스님이 내장사 대웅전에 불을 질렀단다. 막연히 생각할 땐 범죄와는 거리가 먼 종교인이 불을, 그것도 절에? '무소유를 극적으로 실천하기 위해서였나'라는 생각에 기사를 보니 사소한 다툼의 분풀이라니.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정읍의 중심에 자리한 호남 5대 명산 내장산, 그리고 그 안에 자리한 내장사는 역사적으로도 가치가 큰 사찰이다. 내장사는 무려 백제 시대인 636년에 창건된 곳이다. 1000년이 훌쩍 넘는 곳이지만, 안타깝게도 역사의 풍파 속에 이미 3번 무너져 내렸었다. 정유재란과 한국전쟁의 풍파에 전소됐었고, 2012년 산불로 또다시 사라졌었다. 그러다 2015년 재건됐는데 어처구니없는 일로 다시금 우리 곁을 떠났다.


우리는 상식으로는 차마 이해할 수 없는 사건들을 종종 기사로 접하곤 한다. 아니, 종종이었지만 최근 보면 빈번하게라고 하는 게 맞다. 너무 많은 이상 현상들이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다. 기억의 오류일지는 모르겠지만, 어릴 적에는 이 정도로 빈번하진 않았었는데 말이다.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아동 학대 문제만 해도 그렇다. 다양한 가족 형태가 등장하고 있는 시대임에는 분명하다. 이혼이 많아지다 보니 양부모가 생기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아무리 자신의 핏줄이 아니라지만 그들이 한 아이의 인생을 송두리째 망가뜨릴 권한이 없는데 어찌 그리 거만한 짓을 저질렀을까. 한 인간이 어찌 감히 다른 인간의 권리를 앗아가는가. 양부모뿐 아니라 자신의 아이를 학대하는 친부모까지 있는 마당이니 이리 화낼 일만도 아닌 듯하다.


'혁신'적인 성문화의 개방까지 생각해봐야 하는 문제일까? 청소년들 사이에서도 성매매가 이슈 될 만큼 위태로운 상황인 것 같다. IT 기술과 SNS의 발달, 잘못된 가치관의 형성으로 청소년이 또 다른 청소년과 합을 맞춰 성매매를 유도하고 그 수익을 공유하는 일도 이제는 흔하다.


현실이 이러하니 자연스레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부모가 된 이들도 많겠지. 그 무게감을 결코 알 수 없는 나로선 부모가 되기 위한 준비가 뭔지 잘 모른다. 하지만 부모로서 지녀야 할 최소한의 소양에 대한 나름의 기준은 있다. 더군다나 아이와 놀아주기를 좋아하는 나로선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물론 맞벌이 부로 인한 가정에서의 교육 부실 역시 논란이 되긴 하지만, 학대는 말 그대로 선 넘은 범죄 아닌가.


잠시 언급했고, 주력 연재 중인 '제발 악플 달지 마'에서도 다룬 내용이지만 청소년의 범죄 연루 빈도 증가도 기이한 일이다. 해당 부모나 제삼자는 인지하지 못하고 있지만 요즘 일부 청소년들은 과격함의 수준이 도를 넘었다. 그들이 저지르는 폭력과 일탈은 범죄라는 울타리 안에 포함되기까지 한다.


교육을 나라의 백 년을 좌지우지하는 큰 일이라 부르는 건 청소년이 국가의 미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 에서 멍울이 점점 커지고 있다. 우려를 넘어설 만큼 위험 신호가 자주 들려온다. 성매매와 착취물 거래 및 유, 마약 운반에 참여하는 아이들도 있다. 온라인 중고 마켓에 장애인을 비하하며 사람을 팔겠다고 글을 올리는 비인격적인 일들도 벌어진다. 촉법소년 이슈가 주요하게 떠오른다는 건 그만큼 이들의 탈선이 심각하다는 걸 방증하는 현상이다.


성인은 청소년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이성적으로라면 사리분별이 청소년보다 냉철하게 이뤄지는 연령대지만, 어린 시절보다 더 많은 자유와 권한이 부여되다 보니 일탈 광범위하게 일어날 수밖에. 꾸준히 제기되는 공직자의 비리는 이제 염증을 일으킬 만큼 익숙한 사건이다. 부동산과 직결되는 기관인 LH 직원이 부동산 투기에 직접 관여하다니! 고위직이 아니더라도 부정이라는 흐름에 동참하는 이들이 등장했다.


인류 역사상 없었던 적이 있을까 싶을 만큼 권력이나 특권에 취한 이들의 문제는 당연한 일이지만,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 이를 해결을 못하고 있다는 게 참 안타까울 따름이다.


일일이 다 언급할 수 없을 만큼 가슴 아픈, 그리고 선량한 대다수를 더 지치게 만드는 일들. 공교롭게도 코로나 블루만으로도 힘겨운 이 시대에 더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그만큼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장기간의 위기를 이겨내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은 아프다.


최근에 이야기를 나눈 (스마트 스토어를 운영하고 있는) 친구가 이런 이야기를 했다. "문의하는 사람들이 증오로 가득 차 있는 것 같다." 여러 통계를 통해서도 드러나고 있지만, 코로나19는 경제적으로만 타격을 준 게 아니다. 대중의 정서에도 심각한 피해를 끼치고 있다.


모두의 안녕을 위한 기본권의 제한. 사회적 거리두기는 불가피한 선택이지만, 예상치 못한 장기화로 사람들의 마음은 병들고 말았다. 몇몇 자료들만 보더라도 증오, 분노와 같은 부정적인 감정들이 코로나 시대 이전과는 확연히 다르게 증가했다.


시나브로 자리한 심리적 병세는 작은 외부 자극에도 쉽게 반응하도록 유도할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웃을 수 있거나 마음 따듯해지는 소식들이 없다. 있다고 하더라도 그렇지 않은 이슈들이 너무 많다 보니 묻히고 있다. 거리두기 지침 무시로 인한 감염과 확산, 학교 폭력, 백신 접종 등 이 순간 주목받는 뉴스들과 그 아래 달린 댓글들을 보라. 격노와 멸시, 반목과 갈등만이 빼곡하게 채워져 있다.


현대인은 군중 속의 고독을 느낀다고 한다. 그리고 이 외로움은 IT 기술의 발달로 더 가속화됐고, 인간미는 점점 실종되고 있는 추세다. 자연스레 개인주의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간 이기주의가 강세를 보일지도 모른다. '이웃사촌'은 이제 사전에만 있는 단어가 돼버릴 만큼 불과 십수 년 만에 세상은 너무 달라졌다. 코로나19는 이 흐름이 더 빨라지는 촉매제가 되고 있다.


지난 1년 대다수는 잘 견뎌냈다. 그리고 견뎌온 시간보다 앞으로 견뎌야 할 시간이 더 적을 거라는 희망을 가져본다. 얼마 남지 않은 터널을 통과했을 때 생존한 우리 모두 마음에서 인간성이 실종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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