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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종영 Feb 28. 2021

코로나 백신 논란과 우리나라 정치가 인기 없는 이유

이래서 우리나라 정치가 인기 없는 것이다. 


국민들이 회색분자가 되길 희망하는 걸까? 선거철마다 혁신과 개혁을 주창하는 그들은 매번 같은 양상을 보인다. 왜 심사숙고해 선거권을 행사하는 국민들의 정성은 한낱 주기적인 행사 참여로만 그치는 걸까.


본격적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됐다. 집단 면역과 그로 인한 코로나 시국 타파의 열쇠가 될 순간이다. 몇몇 선진국들에 비해 다소 늦게 시작했지만 작게나마 피어난 희망에 많은 사람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마냥 낙관적인 상황은 아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아직까지 불식시키지 못한 백신의 안전성 논란. 여러 단계의 임상 실험을 거쳤다지만 완전히 신뢰하지 못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 지난해 독감 백신 부작용 사례 때문일지도 모른다. 내 주변에도 독감 접종을 하고 이상 증상을 겪었던 지인이 있었다. 내 차례가 됐을 때 나도 잠시나마 주춤할지 모를 일이다.


해외에서는 이런 국민적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대표성을 띤 이들이 앞장서 백신 접종에 나서기도 했다. 당시 당선인 신분이었던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의 접종 장면이 전 세계에 생중계됐을 만큼 백신의 안전성과 신뢰는 지구촌 최대의 화두로 떠오른 상태다.

 

국내 접종 개시까지 상당한 시일이 남았던 때였지만, 뉴스 보도를 보면서 우리나라는 어떻게 전개될까 하는 궁금증이 있었다. 이미 지난해 독감 안전성 논란으로 시끄러웠으니 접종 시작 전에 분명 논쟁이 일거라 예상했었다. 그리고 이는 현실로 다가왔다. 전개는 어김없이 기대 이하로 펼쳐졌다.


'리더'는 무엇일까? 난 어릴 적부터 리더 자리에 관심이 많았다. 그 이유는 반장 선거 전 하시던 선생님들의 말씀 때문이었다. 매 학년, 매 학기 초마다 선생님들은 "반 친구들을 위해 희생하고 봉사해야 한다. 친구들이 하기 꺼려하는 일에 솔선수범해야 한다"고 반장의 조건을 말씀하셨다. 내 행동 하나로 다른 두 사람이 편해질 수 있다는 매력(?)이 나를 이끌었다.


요즘 말로 '트리플 A형'. 매우 소심했고 왜소했던 나였다. 매번 손을 들 때마다 심장이 터질 것 같았지만 반장을 하겠다고 지원했다. 그래서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반장을 하지 않았던 적이 거의 없다. 고등학생 때에는 운 좋게 전교 부회장까지 경험했고, 당연히 대학생이 돼서는 과대표도 했다. 군대도 장교로 다녀왔다.


누적된 경험은 항상 '리더의 자격'을 고민하게 했다. 누군가를 대표하는 이라면 어릴 적 선생님들이 말씀하셨던 것처럼 말과 행동에 책임을 질 줄 알아야 하고, 그 바탕엔 희생과 헌신이 있어야 한다. 이상적인 리더상이 항상 뇌리에 박혀서일까? 대학교 1학년 때 첫 투표를 한 이래 난 회색분자가 됐다. 그 어느 진영을 향해 박수를 친 적도 없고, 옹호한 적도 없다. 최선이 없기에 차선을 선택하는 느낌으로 내 권리를 행사해왔다.


이번 코로나 백신 접종 전 있었던 정치권의 꼴사나운 모습 역시 지금의 내 노선을 강화시키는 한 사례로 인식되고 말았다. 


몇몇 국가의 지도자가 그랬듯 야권에서는 대통령이 먼저 백신을 맞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당은 대통령은 우선 접종 대상자도 아닐뿐더러 백신 이슈를 정쟁화시키지 말라며 맞불을 놨다. 국민 모두의 건강이 달려 있는 상황에서조차 항상 하던 말싸움을 늘어놓고, 그 누구 하나 먼저 나서려 하지 않는 형국이 참 안타까웠다. 논쟁이 길어지면서 초·재선 의원 몇몇이 백신을 맞겠다고 나섰지만 이미 내 마음이 진저리 친 뒤였다.


최근 정치권은 머지않아 치르는 보궐선거에 주목하고 있다. 공석으로 남겨져 있는 여러 대표를 선출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자리 중에는 서울시장까지 있어 벌써부터 경쟁이 치열하다. 정당별로 표심을 얻기 위해 움직임이 분주하다. 근데 왜 백신 이슈를 '슬기롭게' 이용하지 못하나? 누가 됐든 먼저 나섰다면 엄청난 찬사를 받으며 국민들의 관심을 끌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선거철마다 여러 퍼포먼스와 함께 공약을 남발하는 그들이 실천적인 측면에서는 맹탕이다.


항상 같은 식이다. 그들은 말이나 퍼포먼스가 우선이다. 책임지는 정치인의 모습을 본 기억이 없다. 내 기억에 그들이 책임지는 상황은 대부분 불법적인 이슈에 연루된 뒤에 '책임지고 자리에서 물러나겠습니다'가 전부다. 도대체 국민과 지역민의 대표자라며 금배지 달고 있는 그들은 언제 책임을 지는 걸까.


그중에서도 분명 위인은 있을 것이다. 근묵자흑(近墨者黑). 티 나지 않을 뿐. 


내 기준에 한없이 못 미치는 300명의 리더들. 이들을 좋아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는 이 한결같음이다. 중요한 선거 전후로 항상 불거지는 성추문, 비리. 청문회장에 서는 예비 공직자들은 무슨 논란이 그리 많은지. 볼 때마다 범죄자 심문하는 걸로 착각할 만큼 의혹이 참 많다.


불과 며칠 전에도 논란이 됐지만, 특혜도 그렇다. 항상 그들은 유권자들 앞에서 이야기한다. '봉사'하겠다고. 


어릴 적에 많이 했었고, 여의찮을 땐 헌혈이라도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봉사라는 행동이 이기적인 행동이라 생각한다. 누군가를 돕는 거지만 상대에게 주는 것보단 행위자가 심적으로 얻는 게 훨씬 큰 일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중요한 건 봉사가 뭔가를 바라고 하는 행동이 아니라는 거다.


그렇지만 많은 정치인이 지독하리만큼 특혜를 바라고, 누려왔다. 이번에도 그렇다. 중동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국회의원들이 5성급 호텔 스위트룸에서 코로나 검사를 진행했단다. 이들이 이런 특혜를 받아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면 그것 나름대로 우스운 일이지만, 규정에도 없던 특혜를 '관행'처럼 받았다는 기사가 등장했다.


지금껏 또래집단에서 리더를 하면서 나도 특혜를 받았었나? 곰곰이 생각해봤다. 받은 혜택이라면 모두에게 알려야 하는 수행평가 같은 정보를 아주 조금 일찍 알았다는 것뿐이다. 금전적으로는 오히려 심각한 마이너스다. 학창 시절에도 그랬지만 대학생 때 2년 간 과대표를 하면서 행사비 메꾸려고 쓴 아르바이트비만 얼마인가.


국민을 위해 일한다는 사람들이다. 국민 대부분이 가지 못한 5성급 호텔 스위트룸을 이용하는 게 관행이라니. 기가 찰 노릇이다. 이와 같은 일들을 관행으로 규정지을 만큼 오랜 기간 반복돼왔던 거다.


보궐선거가 끝나고 나면 지방선거와 차기 대통령 선거도 이어진다. 유권자들이 바라는 건 매한가지일 것이다. 말과 행동에 책임을 지고, 순수하게 봉사하려는 이가 당선되는 것. 이어지는 선거를 통해 그런 멋진 정치인이 등장하는 순간이 도래할까?


이래서 우리나라 정치가 인기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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