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아마도 삼각대에 올려진 카메라를 생각했던 것 같다. 보고 있자니 그저 웃음이 나오는데 아이는 사뭇 진지하다.
"Say cheese~"를 외치며 야무지게 손가락으로 V자도 만들고서는다시 레고 카메라로 달려가 색종이를 빼들고는 크레파스로 그림을 그려서 보여준다.
"우와 멋지다~"
최대한 과장되고 흥분된 목소리로 리액션을 해준다.
아이와 함께 찍은(?)사진들
아이를 그냥 두었다면 우린 이날 몇 십장의 가족사진을 찍었겠지. 다행히 저녁시간대라 할머니네 밥을 먹으러 가자는 핑계로 사진 열 장 정도에서 마무리할 수 있었다.
이 날의 베스트컷
남편과 나는 이 그림을 보고 너무 잘 그렸다며 감탄했다. 남편은 사진을 찍고 나는 벽에 붙여야 한다며 호들갑을 떨었다.
진심이냐고 묻는다면 진심이었고 지금도 진심이다.
(나나 남편이나 뼛속까지 팔불출 엄마, 아빠인 것은 분명하다)
눈 두 개, 입 하나, 팔도 없는 몸뚱이를 그려놓은 그림을 보고 이리도 좋아하는 것은 아이의 이전 그림 실력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불과 올해 초까지만 하더라도 그림이라고 할 것도 없이 마구잡이로 색칠을 하는 것이 전부였는데 어느 순간부터 조금씩 그림 같은 것을 그리더니 이젠 어엿한 사람도 그릴 줄 알게 된 것이다.
제삼자에게는 별 일 아닌 일들이 우리 가족에게는 특별한 일상이 되는 것, 그것이 육아의 묘미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