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애는 라면 먹여본 적 없어요
가끔씩 맘카페 같은 곳에서는 아이 몇 살부터 라면 먹이냐는 글이 올라오곤 하는데 "우리 애는 라면 먹여본 적 없어요" 같은 댓글을 보면 나는 괜히 뜨끔한다.
지금까지 손에 꼽을 정도이긴 하지만 아이에게 라면을 준 적이 있기 때문이다.
마치 훈장 같이 느껴지는 이 댓글 이면에는 '어떻게 라면 같은 걸 애한테 주는 거죠'라는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나는 더욱 찔림을 느낀다.
그리고 이 댓글과 더불어 여러 댓글들을 읽는 재미가 있다.
돌 지나면 못 먹는 게 어딨 어요
어머 저희는 짜장라면은 먹였는데...
짜장라면은 라면 아니죠~
저희 집은 라면도 준 적 없고 사탕, 젤리, 어른과자도 안 줘요.
그런데 라면이 어때서?
그러게 말이다. 라면이 어때서?
누군가에게 라면은 영혼의 양식일 텐데.
웃기는 이야기이지만 우리 집도 음식료에 대한 몇 가지 원칙이 있긴 하다.
젤리는 안되지만 돈가스는 된다.
이런 이상한 조합은 사실 내 생각과 내 입맛, 그리고 내 경험이 결합되어 나온 것이다.
난 젤리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돈가스랑 감자튀김 같은 튀김 음식은 너무 좋아한다.
덕분에 집에는 젤리가 없으니, 자연스레 먹이질 않게 되었다.
안된다기보다는 집에서는 먹을 일이 없는 것이다.
(밖에서는 누군가에게 젤리를 받으면 먹이기도 한다!)
아이가 어디선가 받아온 젤리들
젤리는 안되고 돈가스는 되는 것이 무슨 의미인가.
각자의 육아방식의 차이일 뿐 아닌가.
언젠가 아이는 커서 스스로 젤리도 사 먹고 돈가스도 사 먹을 날이 올 텐데.
그래도 역시나 고집 센 엄마는 오늘도 장바구니에 돈가스는 담지만 젤리는 담지 않는다.
그날이 오긴 하겠지만 내 손으로 앞 당기고 싶진 않다.
아이에게 무엇을 먹일지는 각자 생각이 다를 순 있지만 그것으로 본인의 자랑으로 삼거나 다른 이를 판단하는 잣대로 삼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나도 그 엄마도 지금 충분히 열심을 내는 중일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