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피 Aug 02. 2023

또 레고를 사 버렸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

얼마 전 아이가 레고 부품이 담긴 플라스틱 통을 던졌을 때 남편과 나는 기필코 아이가 좀 더 크면 레고를 사주리라 다짐했었다.

실없는 다짐이 될 것 같았지만 그때 우리의 눈빛은 사뭇 진지했다.

그리고 고작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우리 세 식구는 홀린 듯 레고스토어에 들어갔고 어느새 우리 손에는 레고상자가 들려있었다.


서막은 이러하다.

어제 오후 아이 하원 후 모처럼 세 식구가 함께 집에 가는 길, 날이 덥기도 하고 음식 하기 귀찮았던 나는 슬쩍 꾀를 내었다.

"우리 오늘은 저녁 먹고 들어갈까?"

남편과 아이 모두 좋다고 했다. 아이는 외식보다는 백화점을 간다고 하니 좋아했다.

아이가 백화점을 좋아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레고를 좋아하는 아이덕에 백화점을 가면 으레 레고스토어를 들리기 때문이다.


레고스토어에 간다고 꼭 레고를 사들고 나와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실 사줄 맘이 없으면 데려가서는 안 되는 것이다. 참새가 방앗간 그냥 지나칠 리 없는 법이다.

생각해 보면 문제는 나다. 내가 이 일의 주범이다.


다 함께 맛있게 저녁을 먹고, 아이스크림까지 후식으로 먹은 뒤 너무 자연스럽게 레고스토어로 향했다.

습관이 무서운 법이다.

레고를 사주네 마네 했던 그날의 다짐은 머릿속에서 이미 증발된 게 틀림없다.


정말로 레고스토어에 들어서기 전까지만 해도 '오늘은 구경만 하고 가도 되겠지'란 안일한 생각뿐.

그런데 이게 웬일, 개비의 매직하우스 레고가 떡 하니 출시된 것 아닌가!

아이가 좋아하는 개비의 매직하우스가 너무나도 아이 눈에 잘 보이는 곳에 떡하니 진열되어 있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무려 8월 1일 출시된 따끈따끈한 신제품이다.

'아, 이건 안 사줄 수가 없겠는데'

인어냥과 개비 피규어


개비의 매직하우스는 Netflix original 시리즈 중 하나로 드림웍스에서 만든 키즈 애니메이션인데 내가 봐도 재미있을 정도로 요즘 아이들에게는 상당히 인기 있는 프로그램 중 하나다.

아이는 보자마자 "mercat"을 외치며 노래를 불렀다. 인어냥으로 번역된 mercat은 인어와 고양이를 합성해 놓은 듯한 캐릭터인데 블링블링한 매력이 있다.


남편이 말했다.

"이건 꼭 사줘야겠다"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남편의 완성작

그날 저녁 우리 집엔 아빠를 열심히 응원하는 아이와 아이의 응원에 힘입어 열심히 레고를 조립하는 남편, 아이에게 레고를 던지지 말라고 신신당부하는 나, 그리고 레고가 있었다.






작가의 이전글 바나나 소탕 작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