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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피 Jul 22. 2023

나의 은밀한 취미

그건 참 작고 아담해서 내 손안에 쏙 들어온다.

처음엔 정말 작아서 감히 손으로 주물럭 거릴 엄두가 나지 않았다.

잘못 만졌다가는 부서질까 겁이 났기 때문이다.


점점 커가는 게 기특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아쉽다.

언젠가는 내 한 손으로 다 잡을 수 없는 날이 오면 참으로 섭섭하지 싶다.


그런 바로 너의 작은 발.

꼬물거리던 발가락은 힘차게 움직이고, 말랑말랑하기만 하던 발바닥도 제법 단단해졌다.


뽀시래기 시절


오동통 단풍잎 같은 너의 손도 너무 귀엽고 이쁘지만 너의 발은 너무 귀여워서 그 귀여움의 수치를 측정할 수 없을 듯하다.

잠 잘 때건 깨어있건 수시로 뽀뽀하며 어루만진다.

한 때는 아이가 좀 크면, 어린이집을 다닐 때쯤 되면 발도 크고 냄새도 날 텐데 뽀뽀는 무리가 아닐까 싶었다.

쓸데없는 생각이었다.


여전히 나는 아이의 발바닥에 코를 묻고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입을 맞춘다.

아이가 땀을 좀 흘린 날이면 살짝 땀냄새가 나곤 하는데 그럴 때면 난 더 열심히 킁킁 거리며 말한다.

"우와 꼬순내 난다"

그 냄새가 미치도록 좋다.


이제는 훌쩍 커버린 아이는 가끔 발을 내주지 않을 때도 있어 섭섭하다.

그럴 때면 나는 최대한 애교스러운 말투로 묻는다.


"엄마가 발에 한 번만 뽀뽀해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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