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편에 한 맺힌 사연

by JIPPIL HAN

올 추석 연휴를 앞두고 시누이가 말했다.


“우리 이번엔 연휴가 기니까 추석날 2박 3일로 같이 놀러 가자.”

순간 짜증이 밀려왔다.


나에겐 친정엄마 아빠가 있는데, 시누이가 친정에는 먼저 다녀오라고 했다.


우리 엄마 아빠는 하나뿐인 아들이 미국에 있어서 명절 당일날 항상 딸들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계신다.

우리가 없으면 명절을 썰렁하게 보내실게 분명했다.


어쩔 수 없이 명절이 되기 전 주말에 친정을 다녀왔지만 마음이 좋지 않았다.

엄마는 "시댁 어른 들 뜻이 그러신대 어쩔 수 없지.. 내색하지 말아라."라고 하시며 집에 갈 때 엄마가 아빠와 정성껏 만드신 '송편 한 팩'을 담아 주셨다.


그렇게 마음 한편이 편치 않은 상태로 시댁과의 여행을 준비했다.

출발하는 날 아침 나는 먹지도 않고 아껴두었던 친정엄마가 싸주신 송편을 맛있게 쪄서 담았다.

시어머니가 우리 차에 타기로 하셨기 때문에, 나는 차 안에서 출출할 때 다 같이 나눠먹어야지 하는 마음이었다.

그런데.. 시댁에 도착해 시어머니가 우리 차에 타시다가 차에 실려있는 송편그릇을 보시더니

“이거 아버지 드시라고 해야겠다” 하시며 여행을 가지 않고 집에 남으시는 시아버지께 그대로 건네어 버렸다.


그 순간 말은 안 했지만 마음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물론 혼자 남아 계시는 시아버지 드시는 게 싫은 게 아니다.


다만 그건 엄마의 몸이 아픈데도 아빠와 손수 빚으신 송편이었고, 아끼느라고 아직 하나도 먹어보지 않아 차 안에서 맛있게 나눠먹으려고 나도 내심 기대하고 있던 것이었다.


시어머니가 말씀으로라도 먼저 “아버지 혼자 계시니 이거 드리는 게 어떻겠니?”

그 한마디만 물어봐 주셨다면 나는 이렇게나 기분이 상하지 않았을 것이다.


만약 그렇게 물어봐주셨다면 다른 그릇에라도 나눠서 차 안에서 먹을 것을 챙겨 왔을 것이다.

순식간에 시아버지께 통째로 넘겨버리니 난 아무 말도 못 하고 그냥 뺏겨버린 것이다.


말 한마디의 차이가 마음을 지키기도 하고 무너지게도 한다는 걸 그날 뼈저리게 깨달았다.

나는 그 일에 마음을 다쳐 2박 3일 여행동안 웃음이 어색했고, 내내 마음이 가라앉아 있었다.


‘내가 너무 예민한가?’ ‘이런 사소한 일로 마음 상하는 내가 참 속 좁다. 이러지 말자’

스스로를 다독이려 해도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시어머니는 아마 아무 생각 없이 하신 행동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날 이후로, 누군가의 마음 앞에서는 조금 더 묻고 조금 더 기다리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날 이후로 TV에서 송편 먹는 장면만 보면 마음 한편이 쿡 하고 찔렸다.

시어머니의 배려가 결여된 사소한 행동으로 나에게는 송편에 대한 좋지 않은 추억이 생겼고 아주 오래도록 잊히지 않을 것 같다.


내가 너무 쪼잔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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