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래 브런치란 브랙퍼스트+런치의 합친 말로 한국말로 '아점'을 뜻한다.
아점이야 대충 밥에 물 말아서 김치랑 장아찌 놓고 먹은 적은 많지만,
소위 말하는 제대로 된 그 '브런치'라는 것을 처음으로 먹어봤다.
대학 휴학 중인 큰 딸이 인턴 면접에 합격해 다음 주부터 출근을 한다고 한다.
옷 좀 몇 벌 장만하러 집에서 가장 근거리에 있는 '고양 스타필드'로 향했다.
우리가 스타필드를 좋아하는 이유는 백화점에 비해 분위기가 자유롭기 때문이다.
'맛집'도 많지만, 옷 점포에서 점원이 따라다니지 않고 맘껏 입어 보는 구조의 가게들이 많아,
나처럼 옷에 관심 많은 사람들에게는 아주 제격이다.
맘에 드는 옷들을 몇 벌 골라서 피팅룸에서 실컷 입어 볼 수 있다.
일부러 사람 없는 평일을 골라간 우리가 스타필드에 도착한 시간은 아침 10시 40분.
이른 시간이었지만 아침을 먹지 않아 배가 고팠기 때문에 우리는 식당부터 들렀다.
뜨끈한 만둣국이 먹고 싶었지만 아직 오픈 전이었다.
이 시간에 식당을 열었을까 하면서 돌아다니다 보니,
브런치 가게가 오픈한 것을 보고 딸아이와 들어가 보았다.
아침시간인데 예상외로 사람이 많았다.
아니 여자가 많았다.
아니 다시 보니 한 명도 빠짐없이 모두 여자였다.
여성분의 나이대도 보통 30~40대의 젊은 엄마들이 제일 많은 것 같았다.
이 학부형들은 아침에 애들 등교시키고 엄마들끼리 여기 와서 아점 드시나 보다.
친구랑 같이 온 사람도 있었지만, 의외로 혼자 한가롭게 브런치를 먹는 분들도 있는 것을 보고,
사실 조금 충격을 받긴 했다.
왜냐하면 보통 브런치 메뉴 한 가지만 해도 2만 원 정도로 비싸기도 했고, 혼자 먹기는 양도 많았는데도 불구하고 혼자 먹다가 음식을 많이 남기고 훌쩍 떠나시는 분들도 여럿 보였다.
주부로서 눈이 안 갈 수 없었다.. 아.. 남겨진 음식이 너무 아깝다..
우리는 브런치 메뉴 한 가지와 파스타 1개, 음료 1개를 주문했는데 가격이 5만 원 돈이었다.
다행히 맛은 그럭저럭 나쁘지 않았다. 한 번 정도는 사 먹을 만하다.
그렇지만 이렇게 비싼 돈을 주고 먹을 만큼의 값어치가 있을까?
'역시 브런치는 '글쓰기'지.. 먹는 브런치는 나랑은 안 맞네..' 하며 가게를 나왔다.
평일 아침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놓고 쇼핑몰에 와서 혼자 브런치를 즐길 정도로 한국 학부형들의 삶이 참 많이 여유 있어졌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이건 금전적인 여유뿐 아니라 주부들의 사고방식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고 할 수 있다.
우리 아이들이 어릴 때의 엄마들은 아이들을 등교시키고 나면 남은 반찬에 밥을 대충 때우고 식탁 위 설거지거리와 함께 하루를 시작했다.
주말에 잠시 친구를 만난다고 하면 "주말에 가족들 놔두고 어딜 놀러 다니냐"는 잔소리를 듣기 일쑤였다.
엄마에게 ‘나를 위한 시간’이라는 건 사치였고 여성의 하루는 가족의 시간 속에 묻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엄마들은 다르다.
평일 오전 쇼핑몰 카페에서 브런치를 먹고 친구들과 여유롭게 커피 한 잔을 나누며 잠시 숨을 고른다.
그 짧은 여유는 단순한 ‘식사 시간’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회복하는 시간'이 된 것이다.
그렇게 주부가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스스로 대접해 줄 때에 아이들을 위한 마음의 여유도 더 풍부해질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회복된 마음으로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들에게 웃으며 사랑을 나눠줄 수 있다면,
그건 분명히 더 좋은 시대의 모습일 것이다.
이젠 ‘가족을 위한 삶’과 ‘나를 위한 삶’이 서로 양립할 수 있다는 걸 젊은 세대의 엄마들이 조용히 증명해내고 있는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우리는 다시 옷가게로 발을 옮겼다.
딸은 새 옷을 고르고, 나는 새 마음을 한 벌 고른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