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꿈이 이끌어낸 나의 가능성

by JIPPIL HAN

아주 어린 시절, 나는 폐결핵을 앓은 적이 있다.

그 병력은 아직도 건강검진표 한구석에 ‘비활동성 폐결핵’이라는 문장으로 남아 있다.
의사는 내 폐 일부가 그때 섬유화되어 남들보다 기능이 조금 떨어진다고 했다.
그래서 50이 넘고 나서는 일부로라도 조금씩 러닝을 하고 있다.


아침 7시, 집 앞 김포한강조류생태공원.
걷는 사람들은 대부분 할머니, 할아버지들이고 요즘은 다들 뛴다.
마치 결승선이 저 앞에 있는 것처럼 열심히 땀 흘리며 달린다.


나는 왕초보 러너다. 아니, 러너라고 부르기도 민망하다.
걷기보다 조금 빠른 속도로, 뛰다 걷다를 반복하는 사람.
힘차게 단체로 뛰어다니는 러닝 크루들을 부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혼자 소심하게 뛰는 사람.
그게 바로 나다.

폐가 좋지 않다는 생각 때문인지, 조금만 뛰어도 금세 숨이 차오른다.


그런데 어제 꿈에서 나는 10km를 완주했다.
숨이 하나도 차지 않았고, 마치 매일 그렇게 달려온 사람처럼 자연스러웠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이상하게도,
‘오늘은 잘 뛸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공원에 나가 몸을 풀고 천천히 뛰기 시작했다.
어라, 이상하다. 정말 힘이 들지 않는다. 꿈이 이루어지는 걸까?

평소보다 숨이 차는 게 덜했고 조금 힘들 때마다 꿈속에서 완주했던 마지막 모습을 형상화하며 맘을 다잡았다.


처음으로 4킬로를 쉬지 않고 뛰었다.

원래대로라면 중간에 두세 번은 멈춰야 하는 거리였는데 오늘 만큼은 달랐다.

물론 4킬로가 끝이었고, 그 이후엔 숨이 끊어질 듯 버거워서 다시 걷다 뛰다를 반복했다.

그래도 큰 깨달음을 얻은 아침이다.
꿈이 단순한 상상이 아니라 마음의 예행연습이 되어줬다는 것.
그 꿈이 나에게 ‘할 수 있다’는 암시를 심어준 것이다.


어쩌면 인간의 의지란 그렇게 '조용히 스스로에게 걸어두는 주문' 같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오늘 밤 꿈에서는 하프마라톤이라도 하는 꿈을 꾸면 좋겠다.

그럼 내일은 8킬로는 는 뛸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희망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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