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유퀴즈'에 유방암 투병으로 오랫동안 볼 수 없었던 개그우먼 박미선 님이 등장했다.
30년 넘게 그녀의 개그와 함께 나이 먹어온 나로서는 응원과 걱정이 동시에 밀려오는 반가운 얼굴이었다.
그래서인지 오랜만에 방송에 선 그녀의 모습을 꼭 본방으로 보고 싶었다.
그녀는 염색하지 않은 짧은 상고머리에, 은근한 가을빛이 묻어나는 갈색 슈트 차림이었다.
유재석이 ‘이태리 디자이너 같다’고 말했는데 정말 화면 속 그녀는 모델처럼 멋졌다.
오랫동안 투병을 겪었음에도, 그녀는 예전처럼 유재석·조세호와 농담을 주고받았다.
그 모습이 얼마나 익숙하고 따뜻하던지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하지만 그녀가 지난 시간을 얘기하는 순간 나의 웃음은 곧 눈물이 되어 흘러내렸다.
“지난해 종합검진에서 유방암이 발견됐다.”
“크리스마스이브에 수술했는데, 열어보니 임파선에 전이가 됐더라.”
“전이가 되면 항암은 무조건 해야 한다.”
그녀는 방사선 16번, 항암치료, 약물치료까지 거친 긴 여정을 담담하게 말했다.
항암 중엔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고 손발 끝의 감각은 사라졌으며, 온몸에 두드러기와 수포가 오르고,
4차 항암 때는 폐렴으로 2주간 입원까지 했다고 한다.
그 말들을 듣는 동안 마음이 내려앉는 듯했다.
그럼에도 그녀를 존경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는 그 어려운 시간에도 주변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 때문이었다.
그녀는 자신을 위해 기도하고 걱정하는 사람들을 위해 힘든 순간에도 단 한 번도 눈물을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자신이 울어버리면 가족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까지 무너질 것 같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람이 정말 아프면 오히려 더 단단한 마음이 나오는 것일지도 모른다.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는 그녀를 더욱 명확히 보여줬다.
개그우먼 이경실 씨는 “나는 아무리 내 일로 힘들어도 교회를 찾은 적이 없는데 미선이 때문에 처음으로 하나님께 매달렸다”라고 했고,
선우용녀 선생님은 “미선아, 너는 이제 새 인생을 사는 거야. 먹고 싶은 거 다 먹고,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살아.” 라며 눈물 어린 응원을 하셨다.
그녀가 평소 얼마나 따뜻하게 살아왔는지를 주변의 반응이 대신 말해주고 있었다.
방송 말미에는 그녀의 따님이 등장했다.
아빠 이봉원 님의 눈매를 꼭 닮은 예쁜 딸은 얼굴만큼이나 고운 심성의 소유자였다.
엄마의 투병 기록을 하루도 빠짐없이 적어가며 증상, 변화, 치료 반응까지 정리해 의사에게 꼼꼼하게 전달했다는 이야기를 듣자 가슴이 뭉클해졌다.
그녀 역시 본인이 울면 엄마가 견디기 더 힘들어질 것 같아 눈물을 꾹 참았다고 한다.
얼마나 힘든 시간이었을까, 눈물 많은 나는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다.
그녀에게 딸은 가장 든든하고 따뜻한 보호자였다.
“사람은 아파보면 평소 어떻게 살아왔는지 드러난다.”
이 말은 박미선 님에게 너무 잘 맞는다.
그녀의 주위에는 걱정하고, 기도하고, 응원하고, 도와주려는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그 마음들이 한데 모여 그녀를 붙잡아주고 있었다.
박미선 님의 병은 완치라는 의미보다는 평생 관리해야 하는 병이라고 한다.
그런데 그녀는 마치 오래된 친구 앞에서 속마음을 털어놓듯 담담하게 말했다.
“편하게 생각하기로 했어요. 계속 관리하고 조심하고, 만약 재발하면 또 치료하면 되는 거죠.
그동안 주변 분들께 감사한 게 너무 많으니까 이제는 그걸 보답하며 살아야 해요.”
그 말속에는 그녀가 지나온 시간들의 무게와 이제야 얻은 단단한 평온이 함께 담겨 있었다.
아픈 시간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주변을 돌보는 그녀의 모습은 내가 TV에서 봐온 그녀의 어떤 순간보다도 가장 아름다워 보였다.
그래서 나는 기도하지 않을 수 없다.
그녀의 건강을 위해 그리고 그녀의 다음 인생이 더 따뜻하고 행복하기를...
그리고 브런치에서 활동하고 계신 ‘또 다른 세상’ 작가님의 완치 또한 매일 마음 깊이 기도하고 있다.
박미선 님의 건강한 개그우먼으로서의 일상 회복과, 작가님의 앞으로의 길을 진심을 담아 응원한다.
세상에 '아름다운 투병'이 어디있겠냐마는 박미선 님의 웃음 가득한 투병일지는 보는 이들로 하여금 존경과 웃음을 동시에 준 아름다운 투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