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젊은 오늘, 나는 나를 가꾼다

by JIPPIL HAN

병원 순회로 매일매일이 지치는 요즘.
진료실과 약국을 오가는 일상이 반복되고 몸 이곳저곳에서 울리는 통증 알람들이, 숨 쉬듯 당연했던 삶을 끊임없이 흔든다.

편안하게 밤에 잠들고 아침에 상쾌하게 일어나 아무렇지 않게 걷고 웃으며 하루를 시작하던 그 시간들이

얼마나 큰 축복이었는지 새삼 깨닫게 되는 요즘이다.


지금은 매일매일 몸이 테스트를 통과하고 있는 느낌이다.
심장은 자기 마음대로 날뛰고, 어깨는 뻐근하게 굳어버리고, 무릎은 걸을 때마다 뚝딱거린다.
소화력도 예전처럼 따라주지 않아 조금만 많이 먹어도 자주 체하고 속이 더부룩하다.

‘나는 이제 정말 한물가버린 걸까’ 그런 생각이 고개를 드는 순간이다.


하지만 그렇게 모든 것들이 무너지는 와중에 내가 유일하게 의지를 갖고 힘을 쏟고 있는 것 하나가 있다.

바로 나 자신을 가꾸는 일. 그중에서도 피부 관리다.

그렇다고 남들처럼 피부과나 에스테틱을 정기적으로 다닌다거나 그런 대단한 걸 하는 건 아니다.
요즘은 화장품회사에서 성능 좋은 미용기기들이 많이 나와 집에서도 충분히 관리할 수 있는 좋은 시대이다.

나는 1년 전쯤, 피부 속 콜라겐을 깨워준다는 기기 하나, 흡수율을 높여주는 부스터 기기 하나씩을 장만해서 관리해 왔다.

처음엔 매일 써봐도 변화가 없어 보여
“역시 허위 광고에 또 속았구나…” 실망했었다.

그래도 속는 샘 치고 화장품 회사에서 권장하는 대로 꾸준히 하루에 두 번씩 설명서 대로 열심히 관리했다.

역시 뭐든 꾸준함은 늘 가장 조용한 방식으로 결과를 가지고 온다.

어느 날 거울 속 내 얼굴을 보다가 문득 느껴졌다.

피부가 탱탱하게 차오르고 있고 속광도 은근히 살아나고 있었다.


요즘은 대학생 딸 덕분에 최근 뷰티 트렌드에 더 민감해졌다.

딸이 알려주는 신상 정보를 듣고는, 머리로는 뭘 또 사.. 하지만 손은 이미 신제품 결제 버튼 위에 올라가 있다.

“엄마, 화장품은 원래 이것저것 다양하게 써봐야 자신에게 진짜 맞는 걸 찾을 수 있다니까!”

그 말이 또 왜 그렇게 그럴듯하게 들리는지.


특히 최근 나온 제품 중에는 붙이는 마스크팩 대신, 버블 상태로 얼굴에 골고루 바르고 흡수시키기만 해도
마스크팩 효과가 나는 신기한 제품도 있다.
그 제품을 꾸준히 사용했더니 얼굴 깊숙이에서 광이 차올라오는 느낌이다.

그리고 드디어 나의 꾸준한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


며칠 전 송년회에서 오랜만에 만난 거래처 사람들이 연달아 나에게 말했다.

“아니 피부가 왜 이렇게 좋아지셨어요?”

“광이 장난 아닌데요? 피부과 시술받으신 거죠? "


그 말 한마디에 그동안 우울했던 내 마음이 한 번에 녹아내리는 것처럼 얼마나 큰 위로가 되었는지...

갱년기 이후 들은 말 중 단연 최고의 기분 좋은 말이었다.

내가 요즘 나를 위해 투자하는 시간들이 그래도 헛되지는 않았구나.


몸이 아픈 와중에도 거울 앞에서 내 얼굴을 쓰다듬고 피부에 쏟아붓는 그 시간이 요즘 나를 살게 하는
작고도 소중한 의식이 되고 말았다.


이 나이에 가꾼다고 해서 뭐 얼마나 더 젊어지겠냐마는..

나에게 그 시간은 그저 화장품을 바르는 시간만은 아니다.

내가 아직도 여전히 나를 돌보고 있다는 확인이며 나는 아직 빛날 수 있다는 믿음을 주는 시간이다.

가장 어두운 이 시기에 나를 위로해 주는 건 가족 누구도 아닌 오직 나 자신뿐이다.


그래! 갱년기~갱년기 해도 오늘이 앞으로 살아갈 날들 중 '가장 젊은 날'이다.


예전엔 내가 쓸 화장품 하나 사는 것도 망설였고,
나를 꾸미는 일에 돈을 쓰는 걸 사치라고 생각한 날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나를 돌보는 일에 드는 비용은 낭비가 아니라 열심히 살아온 나 자신을 대하는 예의라는 것을 알아간다.

내가 나에게 주는, 가장 확실한 나에 대한 사랑이기에 오늘도 거울 앞에서 내 얼굴을 가꿔나간다.


지금 나는 두 번째 청춘을 준비하는 중이다.
좀 더 천천히 나이 들고, 조금 더 오래 빛나기 위해서..
오늘을 가장 젊게 살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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