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년기가 뭐더라?
무심한 남편이 며칠 전 아침, 봉투 하나를 툭 건넨다.
몇 년간 출장으로 대부분의 시간을 중국에서 보내는 남편은 나에게 갈수록 서먹한 존재가 되었고
갱년기를 겪고 있는 요즘은 그 거리감이 더 크게 느껴졌다.
그러나 봉투를 열어 본 순간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이문세 THE BEST'라고 쓰여있는 티켓이었다. 이문세의 서울콘서트 티켓이었다.
내가 이문세의 대단한 팬인걸 잘 아는 남편이 결혼기념일 기념으로 준비한 것이라고 했다.
정말 오랜만에,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감동이 올라왔다.
그리고 12월 14일 일요일 서울 올림픽 체조경기장.
일요일이라 그런지 이문세 팬 이외에도 주변에 다른 공연장에서 트로트 가수 '박지현'을 응원하는 아줌마부대들, '로이킴'을 응원하는 젊은 연인들로 주변은 말 그대로 인산인해였다.
나이와는 상관없이 등에 가수이름이 인쇄된 티셔츠와 사진이 달린 리본 머리띠, 가방, 티셔츠 등 굿즈로 온몸을 도배를 한 중년의 아주머니들 모습은 마치 아이돌을 쫒는 소녀들의 모습이었고, 그 모습이 하나같이 너무 즐거워 보여 보는 나도 함께 웃음이 났다.
영하의 날씨로 추웠지만 난생처음 이문세 님의 실물을 영접한다고 하니 설레는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다.
40년 가까이 좋아했던 가수지만 실물을 보는 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공연장 의자에는 주최 측에서 준비한 'LED 팔찌'가 선물로 주어져 있어서 더욱 기분이 고조됐고, 스테프의 조작에 따라 함께 변하는 응원팔찌의 색깔을 보 모든 것이 새롭고, 설레고, 괜히 가슴이 벅차올랐다.
드디어 공연 시작.
첫 곡은 '소녀'였다.
"내 곁에 만~ 머물러요~ 떠나면 안 돼요... "로 노래가 시작되자 엄청난 함성이 터져 나왔다
처음 듣는 이문세 님의 라이브에 온몸에 전율이 오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륵 흐른다.
꿈에서라도 듣고 싶었던 명품 보이스였다.
이어서 '사랑이 지나가면', '빗속에서'.. 등 발라드 몇 곡이 이어지고 이문세 님의 멘트가 시작됐다.
"안녕하세요~ 이문세입니다... 여러분 왜 이렇게 컨디션들이 좋으세요..로 시작된 멘트.. 여전한 입담과 재치 있는 말들.. "제 눈엔 아직 여러분이 소녀로 보입니다."라는 말에 '까르르까르르' 웃음이 나는 걸 보니 어느새 나는 문세 오빠 앞에서 별밤을 즐겨 듣던 중학생 소녀로 돌아간 듯했다.
이어지는 신나는 곡들에 모두 일어나 'PUT YOUR HANDS UP'을 하고 있는 나의 어깨는 언제 아팠냐는 듯 열심히 흔들어재끼고 있었다.
그리고 정말 센스 있는 이문세 님의 배려라고 느껴지는 선물...
가로수 그늘아래 서면.
사랑이 지나가면.
가을이 오면.
이 3곡을 '면 3종세트'라 부르며 이 곡에 이어지는 깜짝 선물로 '문세라면'을 준비한 것이다.
실제로 공연 중간에 스태프들이 등장해 라면을 나눠줘서 모두들 깜짝 놀랐고, 생각지도 않았던 선물에 감동 한 아름 선사받았다.
어느덧 중반이 되자 무대의 조명이 꺼지고
의자에 걸터앉아 시를 읊조리듯 부르는 '옛사랑'의 노랫말에 눈물이 흘러넘치는 것을 주체하지 못했다. 훌쩍거리고 있는 나 자신이 창피했지만 뒷자리에 온 여성분들이 단체로 대성통곡을 해대는 바람에 큰 위안이 됐다.
노래를 듣고 있으니 지난날 젊은 시절.. 아니 학창 시절부터 지금까지의 인생이 필름처럼 지나가며 '나 정말 열심히 살아왔구나..' 하는 크고 깊은 위로에 마음 깊은 곳까지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광화문 연가' 무대의 웅장함과 카리스마, 이문세 님의 가창력은 정말 압권이었다.
20곡 넘는 노래와 춤. 그리고 재미있는 이야기들로 공연이 끝나고 '앙코르'와 '이문세'를 연호하며 기다리고 있자니 예상대로 '붉은 노을'과 함께 문세오빠가 올라왔다.
그야말로 공연장의 1만 2천 관중이 하나가 되어 펄쩍펄쩍 뛰는데 정말 장관이었다.
내년이면 67세가 되신다는 '이문세 님'
얼마나 자기 관리를 잘했는지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외모와 탄탄한 몸. 그리고 40년 넘게 변치 않는 꿀 보이스. 아직 내 눈엔 소녀시절의 문세 오빠의 그 모습 그대로였다.
나의 소녀시절 우상이었던 그가 지금 나와 함께 늙어가면서 아직도 여전히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걸 보면
나도 몸 조금 불편하다고 웅크리고 있을 이유가 없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나도 아직 뭐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그동안 무심했지만 갱년기로 힘들어하는 내 삶에 정말 '한방의 특효약'을 건네준 남편에게 오늘은 정말 감사하고 싶은 날이다.
앞으로 한동안은 오늘의 추억을 마음속에 가득 안은채 행복한 마음으로 건강하게 살 수 있을 것 같다.
오늘도 갱년기로 힘들어하고 있는 여러분들에게 권합니다!!
자신이 사랑하는 가수의 콘서트 장을 방문하세요!
학창 시절의 나를 다시 만나고 나의 가능성을 재발견하게 되면서 갱년기 따위는 한방에 잊고 올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