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다는 말이 그렇게 어렵냐?

by JIPPIL HAN

예전 대학 친구 중에 술만 먹으면 사고를 치는 ' 여자 술고래'가 한 명 있었다.

그 친구는 평소 술버릇이 안 좋아 술이 많이 취하면 욕을 잘하고 물건을 집어던지는 버릇이 있었다.

그것도 대학 1~2학년때야 멋모르다고 귀엽게 봐주겠지만, 사회인이 되고 나서도 그러고 다니니 친구들 사이에서도 악명이 높았다.

그래도 술만 깨면 재밌고 성격도 시원시원해서 그럭저럭 친구들이 많았던 걸로 기억한다.


그러던 어느 날, 술고래는 대형 사고를 한번치고 만다.

친구 중에 방송 드라마 작가를 하던 친구가 있었다.. 그 당시 군인 드라마가 많은 인기를 끌 때였다.

친구는 의뢰받은 방송사의 군인 드라마 시리즈물 대본을 여러 편 완성해 놓은 상태였다.

지금 생각하면 이름만 대면 아는 배우들이 나왔던 꽤 잘 된 드라마였다.


그 드라마가 세상에 나오기 전에 벌어진 일이었다.

작가는 술고래 친구랑 술을 먹게 되었고, 어쩌다 보니 친구들 몇 명이 방송 드라마 작가 친구 집에서 이어서 먹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의 그녀가 술이 취해서 작가 친구의 노트북을 집어던진 것이다.

결국 그 노트북은 하드웨어가 다 날아가 버리는 참사가 벌어졌다.

작가 친구는 몇 달간 잠도 못 자고 먹지도 못해 가면서 써 온 대본을 한 순간에 다 날리게 되었다.

친구는 한강에 빠져 죽겠다고 난리고, 친구들은 뜯어말리고 그야말로 '대소동'이었다.


그 후로 10년이라는 세월이 지나고 '술고래 친구'에게 다시 들은 얘기로는 " 그때 내가 슈퍼컴퓨터 다루는 업체 사장 알아서 하드디스크 다시 복구해 줄 수 있다고 했다고 내가!! 그런데 걔가 화가 나서 필요 없다고 한 거야. 난 할 만큼 했다"라고 했다

후일 작가 친구에게 나는 다시 물었다.

"하드 복구해 준다고 했다며.. 그런데 왜 거절했어? "라고 물었는데 친구의 말은 의외로 간단했다.

"미안하다는 말이 먼저 아니야? 그런 사고를 치고도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이 자기가 해결해 줄 수 있다는 말만 하면서 자기 합리화를 하고 있더라고"


미안하다는 말을 듣지 못한 친구는 화가 나서 친구의 제의를 거절하고, 그 많은 양의 대본을 다시 썼다고 한다.

"사람이 잘못을 했으면 미안하다는 말을 해야지, 미안하다는 말이 그렇게 어렵냐? "

의외로 미안하다는 말을 못 하는 사람들이 많다. 잘못을 했으면 미안하다는 말이 우선이고, 해결책을 제시하기 전 진심을 다해 사과하는 게 우선이다.


작가친구는 결국 다시 쓴 대본으로 M방송국에서 대박 히트를 기록해서 필모의 한 획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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