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밤과 가족으로 지냈던 학창 시절
학창 시절 나의 하루는 언제나 별밤으로 마무리됐다.
성시경의 '잘 자요~ '처럼.. 이문세 님이 직접 부른 로고송을 들어야 잠이 오던 시절이었다.
아래 클릭하시면 화면과 함께 로고 들으실 수 있습니다.
[옛날 TV] 이문세 "별이 빛나는 밤에" 시그널, 로고송
“창밖에 별들도 외로워~ 노래 부르는 밤~
다정스러운 그대와 얘기 나누고 싶어요~
이문세의 별이 빛나는 밤에~”
그 시절 별밤은 단순한 라디오 프로그램을 넘어 인터넷이 없던 시절 우리의 소통창구였고, 가장 가까운 친구 같은 매체였다.
문세오라버니의 낮은 목소리는 유난히 포근해서, 하루 종일 지친 마음도 말하지 못한 고민도 그의 목소리를 통한다면 모든 것이 가능했다.
사연 속에 담긴 또래들의 이야기는 모두 내 이야기 같았고, 때로는 대신 울고 웃어주는 것 같아 혼자가 아니라는 위안을 얻기도 했다.
밤마다 흐르던 음악은 내 감수성을 키워 주었고, 엽서에 꾹꾹 눌러 담아 보내던 사연은 지금의 나를 만든 가장 순수했던 자기표현이었다.
별밤에는 아기자기한 인기 있는 코너들이 있었다.
내가 지금도 잊을 수 없는 것은 '예쁜 엽서 뽐내기 대회'와 '이건 비밀이 걸랑요'였다.
‘예쁜 엽서 뽐내기 대회’는 청취자들의 엽서 가운데 가장 독창적이고 감성적인 작품을 뽑는 대회로, 당시 학생들은 손글씨와 그림, 컬러펜·스티커·잡지 등 오려 붙이기 같은 방식으로 자신만의 개성을 표현했었다.
나도 학창 시절 몇 번이나 참여했지만, 한 번도 입상한 적은 없어 늘 아쉬워했던 기억이 있다.
입상하게 되면 상품으로 음반이나 카세트테이프, 사인 LP 같은 경품을 받거나 '별밤 로고가 찍힌 기념품'도 주었다. 우수작으로 선정되면 별밤 공개방송 초대권이나 스튜디오 방청 기회가 주어지기도 했다.
'이건 비밀이 걸랑요'는 특히 내가 가장 좋아했던 코너다.
말하지 못한 속마음이나 숨겨둔 비밀을 엽서로 적어 보내면 별밤지기가 차분히 읽어주는 코너였다.
내용은 첫사랑 이야기, 짝사랑의 설렘, 친구에게 털어놓지 못한 고민, 혹은 가족과의 갈등 등 십 대 청소년들의 진솔한 속내가 많았으며 마지막에는 늘 “이건 진짜 비밀이 걸랑요…”라는 말로 끝나는 코너였다.
여기에 나도 짝사랑하던 친구의 얘기를 적어 보낸 적이 있다.
'이건 진짜 비밀'이라면서 전국 방송에 내보내는 아이러니한 코너이기도 했다.
두 코너를 통해 훗날 방송작가나 소설가 등의 꿈을 키우는 출발점이 되기도 했으니, 지금의 브런치스토리의 원조격이라 할 수 있겠다.
지금은 라디오 사연을 문자나 앱을 통해 보내고, 사연 소개도 실명이 아닌 휴대폰 뒷자리로 소개되는 시대.
그때는 문세오빠가 내 이름과 사연을 소개해줄까 봐 카세트에 공테이프를 꽂아두고 녹음버튼 위에 손가락을 올린 채 꾸벅꾸벅 졸음을 참아가며 기다리곤 했다.
혹시라도 이름과 사연이 소개되고, 거기다 덤으로 신청곡까지 소개되는 순간이면 마치 꿈이라도 이루어진 듯 비명을 질러대 엄마가 무슨 큰일이라도 난 줄 알고 달려오셨다가 등짝 스매싱을 하시곤 했다.
어쩌다 잠이라도 들어버리면, 세상 큰 일 놓친 것 같이 아쉬워하고 안타까워하던 그 기억들.. 참 그립다.
별밤지기 문세오빠가 별밤을 그만두던 그날을 잊을 수 없다.
내 청춘을 함께 한 우리의 별밤지기가 이제는 우리 곁에 없다는 상실감에 별밤가족은 모두 한마음으로 슬퍼했으며 그 후유증은 꽤 오래갔다.
지금은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듣고, 인터넷으로 쉽게 세상과 연결되는 시대가 되어 언제라도 문세 님의 노래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지만, 나에게「별이 빛나는 밤에」는 여전히 마음속에서 그때 그 순간 그대로 밤하늘의 별처럼 은은히 빛나고 있다.
오늘 밤 문득 그의 나지막한 클로징 멘트가 그리워진다.
그의 클로징멘트는 “오늘 하루를 잘 버텨냈다”는 청춘들을 위한 위로이자 내일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이 되었다.
“하루를 정리하는 이 시간,
별이 빛나는 밤에와 함께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내일은 오늘보다 더 행복한 날이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지금까지 별밤지기 이문세였습니다.”
- 다음 회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