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미 '브런치스토리'로 꿈을 이뤘다

브런치 작가님들을 위해 기도하며..

by JIPPIL HAN

50이 넘어가면서 모든 것이 무료하게 느껴졌다.

아이들은 모두 컸고, 남편은 일 때문에 일 년에 반을 중국에 상주해 있다.

아이들 키우느라 돌보지 못한 몸은 여기저기 고장 나기 시작했다.

각종 질환들로 병원을 드나들기 시작하면서 내게도 갱년기라는 게 찾아오기 시작했다.

의욕이 없어져 일을 하기 싫어지고, 친구들과의 만남도 즐겁지 않았다.

친구들이 하는 별 뜻 없는 말에 괜스레 상처받아서 꽁해 있는 나 자신이 너무 싫어졌고, 친구들의 삶과 나의 삶을 비교하기 시작했다.

왜 나는 이렇게 한 곳에 머물러서 정체되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뒤쳐지기만 하는 것일까 한심하고 답답한 마음에 마음이 땅을 파고 들어가기 시작했다.


이게 말로만 듣던 우울증인가? 내게 그런 것이 찾아올 리 없다. 누구보다 활기차게 사는 나였는데...

그러던 중 친구에게서 '브런치스토리'라는 글 쓰는 공간이 있으니 한번 해보라는 권유를 받았다.

어릴 때부터 글 쓰기를 좋아했고 글쓰기 대회에서 상도 많이 받았지만, 그거야 어릴 때 이야기고 일기 말고는 제대로 된 글을 쓴 것은 기억도 나지 않을 만큼 오래전 일이었다.

친구가 가르쳐준 대로 작가신청을 했고, 의외로 금방 통과되어 글을 쓸 기회가 주어졌다.

뭘 쓸까 고민하다가, 제일 처음 쓴 것은 병원에 드나드는 50대가 되면서 느끼는 일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맞춤법 검사라는 것이 있는 줄도 몰라 그냥 무작정 올렸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참 용감하기도 하지..

올리고 나서 보니 엉망징창이었다.

"어후 창피해, 이게 뭐냐? , 관두자 관둬" 하던 때에 알림음이 울렸다.

'띠링'

누군가가 '좋아요'를 눌러주면 나는 알림음이었다.

'뭐지?' 설마 정말 좋아서 '좋아요'를 누른 건가? 신기한 마음에 더욱 호기심이 생겼다.

그래서 그 이후로 몇 편을 더 써보았다. 그때부터는 글도 좀 더 다듬고 맞춤법 검사도 제대로 하고 몇 번이나 다시 읽어보고 올렸다. 뭔가 조금씩 나아진 듯한 '착각'.

그래서인지 '좋아요'가 늘어난다..

'와~ 신기하다' 누가 내 글을 읽어주시는 걸까?


누군가 내 글을 읽어준다는 이유만으로도 내 마음은 소녀처럼 설레었다.

나는 용기를 내어 전신탈모를 앓고 있는 둘째 딸아이 이야기의 연재를 시작했다.

전신탈모를 앓게 된 과정과 극복 스토리를 담담하게 적어보았다. 그때부터 작가님들의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아직도 잊지 못하고 아마 평생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댓글일 것이다.


춤을 너무 멋있게 이쁘게 잘 추네요- 좋아하는 것 맞네요.

좋아하지 않으면 이 모든 훈련 연습을 이겨내지 못할 텐데
가발을 쓰고도 해내는 그 열정이 아이의 콤플렉스를 앞질렀습니다.
걱정 마라. 너의 탈모가 어쩌면 나중에 장점이 되고 개성이 될 수도 있어.
이렇게 말해 주고 싶어요. 잘한다. 용기 내라 잘한다. 너무 잘한다.
너의 춤이 너의 고통을 다 털어내주고 있구나 - 정말 기특한 아이입니다. (신정애 작가님)


축제영상을 보니 에너지와 끼가 넘치네요.

(너무 예뻐요♡) 학원 영상은 누군지 열심히 찾아봤지만

확대가 안된다는 점으로 눈대중으로

흰옷 입은 아이라고 생각하고 봤습니다^-^

힘든 상황이었을 텐데 본인은 뭔가 다른 느낌이 있었겠지요.

부모님의 걱정만큼, 혹은 그보다 훨씬 더한

복합적인 감정을 안고 살아냈을 테니...

단단해져 가는 딸을 지켜보는 심정은 또 어땠을까요...

아이의 성장이 눈부십니다.

작은 몸집으로 자신을 몸으로 표현해 내는

자녀분의 빛나는 의지에 존경을 느끼며

저도 오늘을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 순간'작가님)


예체능 하는 아이들은 경쟁 속에서

단단함을 시험받지요

저희 아들도 운동하가 부상으로

다쳐 아이의 꿈이 좌절되었습니다

지금은 이겨내고 다른 길을 준비하고 있지요

어느 날 운동 했던 시절을 후회 하나고

물었더니 힘들었지만 나름 소중한 시간 이었다고 말하더군요

분명 작가님의 자녀분도 지금의 과정에서 더욱 단단하게 성장하겠죠

아이를 응원합니다!! (김성수 작가님)


지금도 이 댓글들은 내 삶의 보물이자 힘이다.

나는 브런치에서 이미 꿈을 이루었다.

무료했던 내 삶이 글감으로 가득 차고, 그 글감을 어떻게 풀어낼까 하는 생각으로 머릿속 공장이 돌아가기 시작하면서 내 삶의 지루함 따위는 없어졌기 때문이다.


요즘 브런치 작가님들을 위한 기도가 시작되었다.

수술을 앞두고 계셨던 '또 다른 세상'작가님을 위해 매일 기도하고 있다.

내 기도가 모자랄까 봐서 친정 엄마께도 기도를 부탁드렸다.

세네갈에 계신 '나귀'님을 위해서도 기도하고 있다. 그분이 그곳에서 가족들과 꼭 행복하시도록.

부모님에 대한 사무치는 그리움을 가지신 '리치그로우'님을 위해서도 기도한다. 부모님에 대한 추억을 가지고 늘 행복하시길..


그분들의 얼굴도 나이도 생김새도 모르지만 머릿속에서 모습을 그려가며 기도하고 있다.

나 자신의 행복만 생각했던 이기적이었던 나는 브런치에서 만난 인연들을 위해 기도하면서 내 내면을 돌아보고 다듬고 있다.

지금은 내 꿈은 브런치스토리에서 느낀 행복과 설렘을 그분들에게 그대로 돌려드리고 싶다는 생각뿐이다.


나는 아직 구독자도 50명 남짓이고 내 형편없는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은 소수에 불과하다.

그러나 나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 지금 이 순간이 너무 행복하다.

그게 몇 명이나 되는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고 누군가에게 웃음을 줄 수 있는 지금 나는 이미 작가로서의 충분히 꿈을 이루었다.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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