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어야겠지?
우리집은 대대로 주당 집안이다.
어릴때 기억은 고등학교 교사셨던 아빠는 매일 동료들과 술을 드시고, 자주 친구분들을 데리고 집에 오셔서 늦은 밤에 시집살이로 힘든 엄마에게 술상을 차리게 하셨다.
지금 생각하면 아빠는 정말 '간 큰 남자'였다. 지금같으면 마땅히 이혼 사유지.
Anyway 아빠는 젊은 시절 항상 술을 드셨고, 어딜가나 핵인싸이신 아빠는 70세 이상이 되실때까지 젊은 사람들보다도 술자리가 많았다.
아빠가 언제까지 술을 드실까 궁금했는데 결국 80을 넘기시고는 간과 대장에 문제가 생기셨고.. 그로 인해 술을 끊게 되셨다.
핏줄을 못 속인다고 우리 3남매는 모두 술을 잘 마셨다.
언니는 교대를 들어가는 바람에 술을 멀리하게 됐지만, 오빠는 공대에 들어가서 매일매일 술을 마셨다.
나도 대학때 둘째가라면 서러울 만큼 술이 쎘고, 어떤 술자리도 마다하지 않는 '철벽 위장'과 '쌩쌩 간'의 소유자였다.
평생 그렇게 술을 즐기며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렇지만 다른 글에서 말했듯이 나도 50세를 넘기면서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부정맥이나 고혈당이나 모두 술을 마시면 안되는 질병들이다.
그런데도 아직 살만한지 그놈의 술을 끊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요즘은 소주, 맥주보다 '독주'가 좋아진다.. 얼씨구..
대학시절부터 30년동안 벗으로 삼아온 친구를 떠나보내는 것은 힘든 일이다.
서서히 멀어지자...서서히..
다행히 우리 두 딸들은 대학에 가서도 술을 별로 즐기지 않는 듯 하다.
정말 맛있는 술이 아니면 먹고 싶지 않다고 한다. 술을 맛으로 먹냐?
제발 앞으로도 쭉 그마음 변치 않기를 ...
50세.. 마음 한 구석에 아직 젊다는 생각이 자리잡고 있는 것 같다.
술을 벌써 끊기에는 너무 아쉽고 휑하다..
술을 끊기에는 세상에 달리 재밌는게 많지가 않다.
그래도 조만간 이별해야겠지.. 나의 오랜 친구와?.... 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