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시대 다른 길을 걸었던 역사 속 인물들의 묘지기행
폐위와 반정의 역사 광해군 그리고 인조
폐위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왕이나 왕비를 그 자리에서 몰아냄'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여기에서는 폐위의 대상을 왕과 왕비로 규정했지만 실제 조선왕조사에서는 세자도 포함돼 있습니다.
즉 폐위는 폐주, 폐비, 폐세자 이렇게 되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반정은?
반정의 뜻은 세 가지로 나옵니다.
그 첫 번째가
조선 시대, 정도를 잃은 왕을 몰아내고 새 임금을 세워 나라를 바로잡던 일
그리고 두 번째는
어긋난 상태에 있는 것이 올바른 상태로 돌아감
세 번째는
난리를 평정하여 태평한 세상으로 바로잡음
이라 돼 있습니다.
세 가지 모두 바로잡다는 뜻을 갖고 있습니다만 인물묘사를 통해 배우는 반정은 첫 번째입니다.
바로 이런 거지요.
- 정도를 잃은 왕을(광해군)
- 몰아내고(폐위)
- 새 임금을 세워(인조)
- 나라를 바로잡던 일
광해군이 폐위되고 인조가 새 임금이 됐다는 것은 반박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고요. 나머지 하나,
나라를 바로잡았다? 이건 글쎄요......
그리고 광해군을 정도를 잃은 왕이라 단정하는 것도 좀 무리가 있습니다.
아무튼, 광해군과 인조는 '인조반정'의 두 주인공으로 조선 후기의 시작을 긴박하게 열어간 사람들입니다.
이 둘의 이야기를 조금이나마 가까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하다가 묘지를 답사해 보기로 했습니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지만 그들의 유택에 가면 뭔가
광해군 묘는 경기도 남양주에 있습니다. 자유로이 출입할 수 없기 때문에 이렇게 울타리 밖에서
관람해야 하는데 일주일 전에 미리 신청을 하면 안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소나무 숲 사이사이로 살짝살짝 엿보이는 묫등을 보니 그의 일생을 보는 듯한 그런 느낌이네요.
아쉽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고 뭐 그런 느낌..
광해군.
임진왜란이란 초유의 국란 속에서 세자로 책봉, 그 임무에 최선을 다한 사람.
왕이 된 후 중립외교 전략으로 청나라와의 전쟁을 피한 전략가.
그렇지만 서자이면서 차남이기도 했던 출생 때문에 늘 불안과 초조에 떨어야 했던 인물
결국 수많은 옥사, 이복동생 영창대군의 죽음, 새어머니였던 인목대비의 유폐로 이어지는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그는 폐위됩니다.
그리고 그의 뒤를 이어 등장한 임금은 인조. 반정의 뜻에서 설명하듯 그는 올바르게 되돌려 놓은
임금이었을까요?
평가는 그렇지 않습니다.
아니 평가를 논하기에 앞서 역사적 사실만 놓고 봐도 그는 유능하지도 올바르지도 그렇다고 정의롭지도 않은 그런 군주였습니다.
왜냐.
임진왜란을 치른 지 불과 38년 만에 전쟁을 또 치러야 하는 나라가 됐으니까요. 이른바 '병자호란'
이건 철저하게도 당시 임금을 필두로 하는 정치 지도부의 무능에서 비롯된 전쟁이었습니다.
피해와 고통은 백성들의 몫이었고......
인조의 능은 장릉입니다.
그가 정치를 어떻게 했던 어떤 흑역사를 우리에게 남겼든 간에 그의 능은 왕릉입니다.
여기가 바로 그곳 인조와 인조의 비 인렬왕후가 함께 묻힌 장릉입니다.
왕릉이라 뭔가 좀 다르지요? 커다란 홍살문에, 곧게 뻗은 참도. 그리고..... 아주 오래된 듯한 커다란 정자각. 왕릉이 아니면 볼 수 없는 구조물들입니다. 정자각 뒤로 보이는 봉분. 봉분 앞까지 올라갈 수 없어 석물들은 밑에서만 볼 수 있습니다.
장릉은 비공개였는데 2018년에 일반인에게 문을 열었습니다.
굳이 파주까지 찾아가서 인조의 능을 볼 일인가 싶겠지만 오랫동안 비공개로 있었기 때문에 나름 보물 같은 그런 느낌도 있고,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아 호젓하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세계문화유산이니 만큼 한 번쯤 가서 둘러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폐위와 반정이라는 소재는 많은 사람들의 도파민을 자극하기에 좋은 소재이지요. 특히나 인조반정은 영화나 드라마로도 많이 다뤄지기도 했고요. 무덤을 직접 찾아가서 보니 그 둘의 인생을 조금이나마 가까이서 본 그런 느낌입니다. 둘의 인생도 상반되었는데 묘도 어쩌면 그렇게 상반되게 보이던지......
광해군 묘 : 경기도 남양주시 진건읍 송능리 337-4, 관람을 위한 사전 연락 : 031-573-8124(관리소)
파주 장릉 :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장릉로 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