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 과학, 콜드체인이 지키는 것들
우리는 음식이 상할까 봐 냉장고 온도를 4도로 맞추고, 신선함을 위해 하루에도 몇 번씩 문을 여닫습니다. 그런데 이 세상엔 우리 집 냉장고보다 훨씬 더 정교하게 관리되어야 하는 냉장 시스템이 있습니다. 바로 의약품과 의료기기의 콜드체인입니다.
의약품, 특히 백신이나 혈액, 인슐린 같은 제품은 정해진 온도에서 벗어나면 효능을 잃거나 위험한 상태로 변질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대다수 백신은 2도에서 8도 사이의 일정한 온도에서만 안전하게 유지됩니다. 포장/이동 등 허용되는 짧은 시간을 제외하고 정해진 온도를 이탈하는 등 품질관리 기준을 위반하게 되는 경우 바로 폐기됩니다.
○ 콜드체인이 뭐길래 이렇게 까다로울까?
콜드체인(cold chain)이란 말 그대로 '차가운 사슬'입니다. 생산 → 보관 → 운송 → 유통 → 소비까지 전 과정에서 일정한 온도를 유지해야 하는 물류 시스템을 말합니다.
일반적인 공산품 물류와 다른 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온도 실시간 모니터링: 보관하고 있는 창고, 제품을 이동하는 차량 등에서 온도를 실시간으로 기록합니다. 향후 제품을 수령하였을 때 해당 기록을 보고 제품의 안정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정전에도 대비: 정전이 발생했을 때에도 정해진 온도를 유지할 수 있는 비상전원공급장치를 운영하고 있습니다.(디젤 및 배터리 구동 방식 등)
*시간과의 싸움: 고객 클레임뿐만 아니라 배송이 지연되면 온도 유지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시간 안에 배송 완료가 중요한 KPI가 됩니다. 배송되는 아이스박스 내에서 정해진 온도를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이 있기 때문에 그 시간이 경과하기 전에 배송이 완료되어야 합니다.
○ 콜드체인이 중요한 진짜 이유
이런 시스템이 중요한 이유는 단순히 '신선함 유지'가 아니라, 제품의 품질과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의약품/의료기기의 경우 품질은 환자의 생명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습니다. 하지만 엄격한 품질관리기준으로 인해 폐기되는 의약품 및 의료기기가 적지 않은데요. 실제로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개도국에서 유통 중 온도 이탈로 폐기되는 백신이 전체의 25%에 달합니다.
2020년에 발생했던 독감백신 상온 노출사고는 전 국민을 혼란에 빠트림과 동시에 콜드체인의 중요성을 인식시켜 준 큰 사건 중 하나였습니다. 당시 조달청 사업으로 독감백신 유통을 담당하던 신성약품이 백신을 운반하는 과정에서 상온 노출 사고가 있었습니다.
**신성약품 독감 백신 상온 노출 사고
당시 정부에서는 무료 접종하려던 독감 백신이 운반 과정에서 상온에 노출되는 문제가 발생해 접종을 전면 보류하였습니다. 또한 "백신이 상온에 노출되면 백신의 단백질 함량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라는 입장을 내며 2주 동안 안전성 검사를 진행한 후 다시 공급을 진행했었습니다.
당시 경험이 많았던 유통업체들이 입찰 방해 혐의로 검찰조사를 받는 바람에 어부지리로 신성약품이 해당 계약을 따냈는데요. 문제는 신성약품이 아닌 신성약품의 배송을 대행하는 하청 업체에서 발생하였습니다.
해당 하청 업체는 일부 백신을 아이스박스 등 냉장 용기에 배송하는 것이 아닌 일반 종이박스에 담아 배송하고 있었으며 이러한 과정을 경쟁 업체에서 발견한 것입니다. 해당 논란은 물백신 논란으로 이어지고 해당 하청업체 대신 제가 근무하는 회사에서 해당 물량을 받아 급하게 처리를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저 또한 해당 프로젝트에 참여했었습니다.
당시 백신뿐만 아니라 생물학적 제제 등 많은 냉장 의약품들이 냉장 차로 배송되는 경우 아이스박스 포장이 아닌 종이박스 포장 후 배송이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아이스박스 포장을 하게 되면 외기와의 접촉 차단으로 인해 외기의 냉기가 아이스박스 내부까지 잘 전달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되면 아이스 박스 내부의 온도 상승으로 인한 온도 이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아쉬웠던 것은 냉장차량 하차 후 고객에게 까지 전달되는 과정에서 냉장 차량의 문을 닫아서 보냉 시키지 않고 열어 놓아 상온 접촉을 발생시킨 점은 매우 아쉬운 점입니다.
○ 마무리하며: 냉장고보다 똑똑한 시스템
우리 집 냉장고도 중요하지만, 의약품의 콜드체인은 그보다 더 치밀하고 엄격하게 관리됩니다. 의료의 발전은 단순히 기술이나 병원만으로 이뤄지지 않습니다. 콜드체인 물류처럼 뒤에서 조용히 움직이는 시스템들이 함께 움직일 때, 비로소 사람을 살릴 수 있는 ‘완성된 의료’가 되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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