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아우터처럼, 아이스박스처럼

물류인의 시선으로 본 보호의 기술

by 다니엘

콜드체인 밸리데이션을 진행하다 보니 문득 아이스박스는 우리의 겉옷, 아우터 같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아우터는 외부 환경으로부터 신체와 소지품을 보호하는 이동형 보호장치라면 아이스박스 또한 외부 환경으로부터 제품을 보호하는 이동형 보호장치라는 점에서 유사함이 있었습니다. 이번 글에서 또한 패션을 바라보는 물류인의 관점으로 글을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밸리데이션을 하면서 생기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아이스박스의 기능이 좋을수록 비싸고, 무겁고, 부피 대비 적재 용량이 줄어든다는 것입니다. 일반 수산시장에서 사용하는 것과 동일한 아이스박스를 사용했을 때 보온/보냉 능력이 좋지 않고 내구성이 약해도 저렴하고 가볍다는 것은 큰 장점입니다. 일반적인 EPS 아이스박스는 그렇습니다. 내구성이 좋고 보냉 능력이 좋으려면 기본적으로 두꺼워져야 합니다. 밖으로 두꺼워지는 경우 사이즈가 커져 보관이나 운반 시 효율이 떨어집니다. 안쪽으로 두꺼워지는 경우에는 용량이 줄어들어 동일 용량 포장 시 기존보다 더 많은 아이스 박스를 사용하게 됩니다.


이러한 한계를 개선하기 위해 EPS 박스에 사용되는 비드를 더욱 강하게 압축하여 보냉 능력 및 내구성을 향상하거나, EPP와 같은 좀 더 뛰어난 소재를 사용합니다. 하지만 고도의 기술력이 집약된 소재일수록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사용에 한계가 있습니다. 5만 원짜리 제품을 보내는데 5만 원짜리 아이스박스를 사용할 수는 없으니까요.


옷도 그렇습니다. 기본적으로 두꺼울수록 보온효과와 내구성이 뛰어나고, 얇을수록 보온효과와 내구성을 떨어집니다. 이러한 원리에 따라 과거에는 계절에 맞춰 옷의 두께를 조절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자가용이 대중화되고, 실내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얇고 가벼우면서 보온 능력이 좋은 옷에 대한 수요가 생겼습니다. 그러다 보니 유니클로의 히트텍으로 대표되는 발열 내의가 있고, 한 때 직장인의 겨울철 대표 룩에 꼭 포함되었던 경량 패딩이 있습니다. 또한 코트 속에 패딩 처리를 하여 코트의 슬림함과 패딩의 보온 능력을 결합한 스타일도 있었습니다.


패션 소비자는 이제 가볍고 따뜻한 옷을 원합니다. 콜드체인 고객 역시 작고 가벼우면서도 보냉력이 뛰어난 포장재를 원합니다. 이는 기술이 단순한 성능 향상을 넘어 사용자의 경험과 효율을 중심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콜드체인 포장재도 마찬가지입니다. EPP, VIP 등 고기능 소재는 뛰어난 성능을 제공하지만 가격이 높아 실사용에 제약이 있습니다. 결국 물류도 패션처럼 기술과 비용, 효율 사이의 균형을 찾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옷을 통해 몸을 보호하고 아이스박스를 통해 제품을 보호합니다. 겉으로 보기엔 전혀 다른 분야처럼 보이지만 두 대상 모두 외부 환경으로부터 내부를 안전하게 지키기 위한 보호 장치라는 점에서 닮아 있습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우리는 점점 더 얇고 가벼우면서도 강력한 보호를 기대하게 되었습니다. 패션에서는 발열 내의나 경량 패딩이 그 예이고, 물류에서는 고기능 단열재나 경량 포장재가 그 역할을 합니다. 이처럼 패션과 물류는 서로 다른 길을 걷는 것 같지만 결국은 사람과 제품을 더 잘 보호하기 위한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습니다. 물류인의 시선으로 바라본 패션 이야기를 두 번째로 전해드렸습니다. 앞으로도 일상 속에서 물류와 연결되는 흥미로운 시선들을 통해 더 많은 이야기를 함께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Linked In / Daniel Kim : https://www.linkedin.com/in/daniel-kim-512467123/

네이버 블로그 / 밴드 하는 SCMer, 다니엘 : https://blog.naver.com/scmer_logisticsmba


#패션속물류 #운송수단으로서의패션 #기능성패션 #소지품운송 #패션과실용성 #Logistics #물류 #운송 #패션철학 #SCM #Supplychainmanagement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운송 수단으로써의 패션: 주머니, 핸드백, 그리고 백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