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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앤비 Jan 18. 2024

'그럴 수도 있지'

요즘 친구들이 이해가 안 되는 선배들에게

 저는 높은 선배들과 후배들 간 서로의 입장을 종종 들어야 하는 중간 관리자입니다. 제가 가장 많이 듣는 말은 "이해가 안 된다."입니다. 그런데 한쪽에서만 일방적으로 이해가 안 되는 게 아닌 양쪽에서 이해가 안 된다고 말을 합니다.


 처음에는 '관리자면 관리자지, 중간 관리자는 뭘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을 몇 번 겪다 보니 '중간'이라는 애매한 위치가 왜 중요한지 느끼게 됐습니다. 양쪽을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적절하게 수행해줘야 하는 위치였던 겁니다.


 그동안의 이야기들을 제 나름대로 정리해 봤을 때 선배들이 도대체 이해를 할 수 없다고 말하는 가장 큰 요소 중 하나가 기본예절입니다. 음... 메소포타미아 수메르 점토판과 이집트 피라미드의 내벽 그리고 소크라테스의 글에는 이런 말이 적혀 있습니다. "요즘 젊은이들은 버릇이 없다."


 그런데 그냥 버릇없다고 끝날 게 아니라 한번 그들을 이해하기 위한 노력을 해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우선 선배들과 지금 들어오는 후배들이 자라온 환경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과거 한 가족의 구성원이 4명이면 너무 적다고 말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한 가족의 구성원이 4명이면 보통, 심한 경우 많다고 얘기가 나오는 상황입니다.


 과거 선배들은 자라면서 어른들의 이야기를 전해 들어야만 하는 환경에 놓여있었습니다. 그런데 후배들은 자라면서 어른들의 이야기는 잠들기 전에만 듣게 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래서 요즘 부모님들은 같이 많은 시간을 보내주지 못해 미안한 감정으로 요즘 친구들을 예전에 비해 안 좋은 말 대신 듣기 좋은 말만 많이 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이 부분만 놓고 보면 크게 문제 될 것이 없습니다.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훈육이라고 칭해지는 것들이 요즘 보면 가정폭력 수준의 학대로 보이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아이들이 자신을 좀 더 드러내놓고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 것은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요즘 친구들은 굉장히 똑똑하기 때문에 모르는 부분을 이해시켜 주면 곧 잘합니다. 그래서 가정교육을 탓할 필요가 없습니다. 가끔 올라와서 공분을 사는 글들은 그만큼 이상한 사람의 수가 적기 때문에 유명해지고 지탄받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문제는 그들이 혼자 있는 시간에 사람들과 어울린다거나, 혼자만의 힘으로 생각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적어졌다는 것입니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우리는 AI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지금 들어오는 후배들은 디지털 네이티브라고 불립니다.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에 익숙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기 때문이죠. 그런데 디지털이라고 좋은 것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계실 겁니다. 서로를 비교할 수밖에 없는 SNS부터, 자기 자신이 관심 있어하는 내용만 더 보여주는 알고리즘까지 우리는 비판적인 사고를 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환경에 놓여있습니다.


 요즘은 0~2명의 자녀들만 있는 가구가 많습니다. 그리고 꽤 많은 가구에서 부모님들은 모두 일을 하십니다. 그래서 이 친구들은 자신의 생각을 키워가는 과정에서 부모님과의 소통, 책 속 저자와의 대화시간이 거의 없습니다. 이들은 SNS 가짜 뉴스 선동과 유튜브 단면의 이야기가 자신의 생각인 것처럼 습득합니다. SNS와 유튜브 등은 더 자극적이고 강렬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시스템화되어 있습니다. 그 내용이 머릿속에 들어오고 난 뒤 그 의견을 강화시켜 주는 다른 내용 혹은 영상들이 줄줄이 나열됩니다. 부모님과의 소통, 책 속 저자와의 대화를 통해 반대 입장을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는 것입니다. 이 과정을 1~2년이 아닌 10~20년을 경험했을 친구들을 생각해 보십시오.


 그래서인지 요즘 선배들은 후배들과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며 소통을 단절합니다. 하지만 우리의 환경이 달라진 것을 이해하고 후배들에게 다가가서 이야기를 한다면 조금씩 소통이 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너무나 당연한 것이기에 설명하지 않았는데 후배가 그것을 하지 않았다면 설명해 주십시오. 매뉴얼처럼 정확하게 "어떤 것은 무슨 이유로 인해서 이렇게 하는 것이 좋다."라고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만약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해를 하지 못한다면 더 다양한 사례를 예시로 들어 객관적인 상황이 이렇다는 것을 이해시켜 주십시오. 이해가 된다면 조금씩이나마 행동이 달라질 것입니다.


 만약 이렇게까지 했음에도 행동의 변화가 썩 맘에 들지 않는다면 '그럴 수도 있지'라고 생각해 주십시오. '썩 맘에 들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어느 정도의 행동변화가 있었다는 뜻입니다. "선배들이 이렇게까지 했는데~"는 후배들의 입장에서 딱히 와닿지 않습니다. 그들은 스스로 이해한 것을 바탕으로 행동할 것입니다. 어느 정도의 변화만으로도 이미 그들은 당신과는 대화가 된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런 환경이 지속된다면 후배들도 선배들의 입장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배들에게 불만만 가득한 후배가 있다면 중간 관리자가 상황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과거 선배들이 얼마나 힘든 환경에서 근무했으며, 지금 선배들도 과거에 당했던 것을 후배들에게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노력 중이라는 것을 설명해 준다면 사무실은 이전보다 훨씬 나은 분위기로 바뀔 거라 생각합니다. 


 모든 환경을 내 입맛대로 바꿀 수 없습니다. 어떤 하나의 주제에 대해 얘기하면 다양한 의견이 나오기 마련입니다. 선배들은 후배가 내 뜻대로 움직이지 않더라도 '그럴 수도 있지'라고 생각하며, 반드시 필요한 부분들에 대해선 명확하게 인지시켜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후배들은 어떤 이유에서든 선배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그럴 수도 있지'라고 생각하며, 노력하고 있는 선배들의 모습을 인정하고 배워야 하는 부분은 확실히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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