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는 규정(規程)밖에 있어 규정(規定)할 수 없다.
요즘은 잘 모르겠지만, 필자와 비슷한 혹은 그 이전의 시대를 살아온 사람 중 회초리를 맞지 않고 자라왔다고 말할 수 있는 경우는 손에 꼽을 만큼 적을 것이다. 최근 양육과 교육 과정에서 발달 심리학과 공감이 강조되고 있는데, 이것은 긍정적인 변화다.
“맞아야 말을 듣지.”라는 생각이 매우 당연했던 과거와 달리 어린이가 심리적으로 연약하다고 여기는 것은 철저히 현대적인 사고방식이다. 도파미네이션의 저자 애나 렘키는 “오늘날 내가 만난 많은 부모는 자식의 감정에 상처를 주는 무언가를 하거나 말하기를 무서워한다. 나중에 아이들이 감정적 고통이나 정신 질환을 겪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꼰대’ 권위만 행사하는 사람을 뜻한다. 과거에는 선생님, 은사를 뜻했다고 하는데, 이것이 변질되어 권위만 행사하는 어른들을 의미했다가, 요즘은 ‘젊꼰’이라는 말이 생기며 꼰대가 권위만 행사하는 어른들뿐만 아니라 젊은 사람까지 그 의미에 포함되었다.
사람들은 보통 좋지 않은 단어를 나의 평가에 포함시키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래서 눈치를 보고, 불편함을 참는다. 그래서인지 꽤 많은 선배들이 후배들의 감정에 상처를 주는 무언가를 하거나 말하기를 두려워하기 시작했다. 나중에 후배들이 감정적 고통이나 정신 질환을 이유로 자신에게 돌아올 수 있는 피해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업무 규정에 명시된 내용으로 후배들에게 의사 전달 또는 지시하는 것은 대부분의 선배들이 자연스럽게 행하고 있다. 문제는 기본적인 예의, 사고방식에서 벌어진다. 예의와 사고방식은 업무 규정에 명시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제초, 제설 업무가 주어졌을 때 선배들이 후배들을 위해 대신 작업을 진행했다고 가정해 보자. 선배들이 약 2시간 동안의 작업을 마친 뒤 땀을 뻘뻘 흘리며 피곤한 얼굴로 업무에 복귀했을 때, 후배가 “선배님 오셨으니 저는 먼저 퇴근해 보겠습니다.”라고 말을 한다면 어떤 규정을 근거로 후배들에게 이야기를 해야 할까? 그런 규정은 없다.
도파미네이션의 저자 애나 렘키는 “우리가 완충재를 가득 채운 독방 같은 곳에서 아이들을 키우며 유년기를 너무 질병처럼 대하고 과하게 관리하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 이러면 아이들은 상처받을 일이야 없겠지만 세상에 대처할 방법도 모르게 된다.”라고 말했다. 나는 “우리가 완충재를 가득 채운 독방 같은 곳에서 자신을 대하며 후배들을 너무 질병처럼 대하고 과하게 멀리 하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 이러면 후배들로 인해 상처받을 일이야 없겠지만 인간적인 관계를 맺어야 하는 방법도 모르게 된다.”라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