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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소낙비 Dec 04. 2022

슬기로운 격리생활

결국엔 걸리는구만

목이 따갑고 몸이 으실으실 쑤셔오는 것이 오랜만에 느껴보는 독감의 증상 그 전조였으니, 예전에 농사일을 할 때면 겨울 언저리에 가끔 얼굴 광대뼈가 쑤시고 몸이 지릿하니 뼈마디가 아파온 적이 있었었다.

비닐하우스와 외부의 온도차이에 따른 몸의 면역력저하이기도 하고, 돈이 안되는 일의 고단함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겹쳐 년중행사는 아니었지만 가끔 몸이 힘듦을 표시했던 독감의 증상이 이번주을 시작하면서 조금씩 나타났지만 그러려니 하기엔 요즘 코로나가 다시 증가세이면서 정확하게 파악하기도 힘든 아니 통제도 손놓아 버린듯한 시기인지라 누구에게서 걸릴지도 모르는 불안함이 현실이 되었고 저녁늦게 쑤셔본 항원검사키트에는 희망과 별개로 선명한 두 줄의 양성확인도장이 꽉 찍혔다.


사건은 거기에서 끝나지 않았고, 칠칠치 못한건지 사이가 좋은건지 마누라까지 우리는 한날 병원에서 양성판정을 받고 격리생활에 돌입했다.

저번에는 애들이 둘 한꺼번에 걸려 밥을 넣어주는 생활을 했었는데, 좁아터진 아파트에서의 안방격리생활이라니...


7일간의 격리생활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다음주 수요일자정까진 특별한 목적없이는 문밖을 나가기 어렵고 특히 딸내미들의 원성에 화장실가는 것도 쉽지 않다. 하기야 지들 격리할 땐 내가 좀 깐깐하게 굴었던거 같긴하다. 내로남불의 정신에 충실한 아빠인게 분명하다. 내가 걸리니 헤이해지고 경계가 불분명해지며 핑계거리를 찾는, 갑자기 합리적인 인간이 된양 시대를 따지고 이유를 따지고 서열을 따지는 나는 역시 꼰대아빠다.


배달도 시키고 애들도 시키고 마누라랑 둘이 오붓하니 안방에 들어앉아 시간을 때우는 재미도 괜찮지만, 생각해보면 처음처럼 2주를 풀로 꼼짝없이 처박혀 있으려면 속이 터질듯 하다. 이렇듯 자유는 자유로울 때 느낄 수 없는 법..짦은 격리와 감금의 시간이겠지만...훨훨 날아가듯 자유롭게 거리와 산을 활보하고 다닐 수 있는 나의 환경에 다시 한 번 감사하게 되는 코로나 격리생활이다.


일요일 아침도 꼼짝없이 안방바닥에 누워 폰으로 깔짝 자판을 누르며 해가 중천을 넘어가길 기다리다 지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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