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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소낙비 Jan 25. 2022

아이패드와 쉰세대

나름 알리어답타…답답타…

글을 쓰면서 노트북을 주로 이용하다가 나름 아이패드 에어3에 맞는 알리용 스마트키보드케이스를 하나 장만했다. 정품은 너무 비싸다. 19만 9천원에 나의 글쓰기옵션을 추가하기엔 쫌생이의 손이 떨린다. 택배문자는 언제나 즐겁다. ㅋ


벌써 2년전 아이패드 에어를 하나 장만했다. 프로를 멋지게 지르고 싶었지만 중고로 장만했던 구형 아이패드를 둘째 딸에게 물려주고 업무용으로 필요하다며 마누라를 몇 개월 겨우 쫄랐다. 매번 사고 싶은게 있으면 몇 날 며칠을 쪼으고, 온갖 검색을 해가며 가성비에 맞는 소비를 위해 거의 선택장애급 고민을 거듭한다.

그렇다고 팍팍 질러내지도 못하면서 끙끙 앓는 모습에 쫌생이란 소리를 들어가며, 나름 가성비를 따지며 쇼핑가서도 눈에 담아놓은 옷가지를 다시 스마트폰으로 열심히 검색하지만 옆에서 째려보는 마누라의 성화에 안절부절…식당에 가서도 먹어보고 더 시켜야 맘이 편했던 가장의 눈물젖은 지갑을 가족들은 잘 이해하지 못한다. 결국 고르다 골라서 들어가는 맛집이 주로 칼국수였다.


생각보다 가성비가 좋다. 키보드에 한글이 써여져 있진 않지만 크게 문제되지는 않는다. 이제부터 노트북을 들고나가지 않아도 가볍고 상쾌하게 글을 써내려 갈 수 있을 듯하다. 이럴때 상당한 만족감을 느낀다. 비싸게 산게 아니라 뭔가 더 뿌듯한 느낌… … 아이패드를 사고 실제로 업무용으로 업체관계자들에게 쉰세대같지않은 모습으로 각종 자료를 보여주거나 굿노트를 펼쳐 미팅기록을 아이패드에 갈겨대며, 종이를 아끼는 ‘지구를 사랑하는’ 나의 모습을 보여준다. 메일을 보내거나 각종 자료를 정리하는 것도 노트북보단 태블릿을 자주 사용한다. 물론 유튜브를 보거나 넷플릭스를 애용하는 본연의 기능에서 밀리의 서재를 읽기도 하는 다재다능한 아이패드다. 거기에 날개를 달아준 키보드케이스에 오늘의 소소한 행복을 느낀다. ㅋ


결혼 초기부터 그리 넉넉치 못한 직장생활에, 경제적 이유로 시원하게 말아먹었던 귀농생활까지 항상 가성비를 따지고 뭔가 기분좋게 팍팍팍 가장의 권위를 돈질로 보여주지 못했다. 그럴 형편도 그럴 인간도 못되었던 덕분에 많은 부분에서 사소하게 부딪히며 살았다. 그렇다고 아내가 사치를 부리거나 돈을 막쓰는 스타일은 더더욱 아니다. 그럴 형편도 그런 여자도 아니다. 우린 지금도 돈을 필요로 하지만 얽매이지는 않으려 노력한다. 사람나고 돈났지…돈나고 사람났냐?


요즘은 나름 럭셔리(?)하게 살려고 노력한다. 칼국수보단 냉면, 캠핑보단 호캉스를, 당일치기 여행에서 벗어나 2박정도는 거뜬하다 ㅋ. 돈의 축적을 위해 내 인생을 허비하고 싶지도 않지만 사실 생각처럼 많이 벌 그럴만한 능력도 없다. 돈이란게 돌고 돌아야 돈이란 생각이 강하게 드는 50줄 쉰세대다. 그렇다고 뭐 딱히 노년의 준비가 되어있는 것은 더욱 더 아니다. 행복의 기준을 미래에 두고 현재를 허리띠 졸라매고 쪼잔하게 마누라눈치를 보고싶지 않다. 그리고 살아보니 오늘의 행복들이 미래의 운까지 가져다 주는 느낌적 느낌으로…폭망하지는 않을 듯하다. Who knows!!! 초 긍정 쪼잔 알리어답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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