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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소낙비 Jan 23. 2022

똥, 약되다(끝편)

순환, 농업과 똥..끝은 없다.

이제 대단원(?)의 막을 내려야 할 순간이 왔다.

지난 몇 편을 연재형식으로 어그로를 끌며 한 달 가까이를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으로 보냈다. 벌써 10번째 글이다. 이 페이스면 년에 100편은 쓸거같다..느낌적인 느낌으로...

일단 글을 쓴다는 것이 재미있고 행복하며, 여러 가지로 나를 시험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첫 글에서도 밝혔다시피 똥이야기의 시작은 단순하게 우리몸을 제대로 알고, 더럽고 피하고 싶지만 똥이라는 말을 꺼내 그것이 보다 자연스럽게 일상에 녹아들 때쯤 우리는 작지만 소중한 몸의 순환을 생각하고, 나아가 생각의 순환까지로의  "화두"를  던져보고 싶었다. 브런치에 맞게 내용을 나름 간소화하다보니 디테일이 떨어지는 것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저 간단하지만 약간의 의미를  담은 샌드위치, 김밥같은 글이기 바랬다.


똥은 여전히 농업에 많이 사용되어지는 재료중 하나이며, 지난 수 천 년간 척박한 토양을 일궈내기 위해 부단히도 사람들은 똥을 모으고, 똥을 뿌리고 똥속의 미생물들을 이용해 식물이 잘자라는 비옥한 토양으로 바뀌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먹고 살려고...

그렇게 사람 혹은 동물의 배설물들은 그 끝이 다시 다른 무언가를 위해 사용되어지고 있었다.

지금은 심지어 대변이식이라는 새로운 말도 나온다. 농업을 하게 되면 미생물에 대한 관심과 공부는 당연하다. 방선균, 효모균, 고초균, 유산균, 김성균(? 웁스) 등의 곰팡이류와 각종 세균류들, 바이러스와 바이로이드등 그 끝을 알 길없는 또 다른 미시의 우주인 것이다. 똥은 그렇게 각종 미생물의 총체이자 현재 진행형인 덩어리인 것이다.


동물(인간)들은 어찌보면 식물의 기생군이라 할 수도 있다.

에너지의 흐름으로 보면 식물군이 합성해 놓은 에너지를 소비하는 생태계의 일부로써 결국 살아있는 생명들은 지구라는 우주적 존재에 46억년동안 지속적으로 공급되어지는 태양의 에너지를 나눠가며 살아가는 공동체이자 앞으로도 자연의 역할없이는 단 하루도 살아가기 힘든 관계라는 것을 20년만에 오스카상을 받은 디카프리오는 자신의 벅차오르는 수상소감을 자연보호라는 이름으로 양보했다.


귀농을 하고 비닐하우스에서 여러 작물들을 키워보고 내 나름의 이론적 원리와 현실의 장벽사이에서 꽤 괜찮은 실력을 보였었다. 흔히 많은 농부들이 식물을 키우기 위해 넉넉한 양의 비료(축분퇴비/화학비료)를 넣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어떨 땐 물만 잘 줘도 잘 큰다. 이미 땅속에 누군가 많이 집어 넣어놨다. 그래도 불안해서 새로운 작기가 시작되면 어김없이 비료를 때려 넣는다. 딸기를 고설재배하는 농가들도 마찬가지다. 화학비료를 마구 퍼붓는다. 그게 어디론가는 간다.


2018년 우연찮은 기회에 양송이재배를 경험하게 된 적이 있다. 직접 농사를 지었다. 말았다.

여기에서 똥은 더욱 더 드라마틱하게 사용되어진다. 많은 양송이재배농가들이 축분과 볏짚(밀짚)을 기반으로 배지를 만들고 그걸 토양삼아 양송이를 기르게 된다. 짧은 말로 표현하기 힘든 재배과정이다. 식물이나 동물군에서 볼 수 없는 "균"덩어리인 버섯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재배 경험이었다. 심지어 난 10여명의 외국인들사이에 껴서 2주간 네덜란드 양송이재배교육까지 정통으로 이수한 나름 기술자다. 네덜란드에서도 양송이재배는 타 작목에 비해 키우기가 훨씬 까다로운 품목에 들어가며 말똥이나 기타 일부 환경적 리사이클에 부합하는 순환농업이라 할 수 있고 그 규모 또한 대단하다. 2014년 기준 유럽의 양송이 소비가 100만톤인가 그랬던 걸로 기억한다. (참고적으로 중국은 1000만톤이랜다. 먹는걸로 중국을 이기기는 힘들다. 크~~분하다.) 소비가 생산을 이끌고 가는 것이다. 치열한 생산경쟁에 네덜란드 농가들도 힘들어하고 조금이라도 경쟁력을 만들어 내기 위한 노력을 지금도 열심히 한다. 그래서 농업 선진국이라 하는지도 모른다.


저절로 자라는 것은 없다.

저절로 자라는 듯 보인다. 하지만 모든 생명과 존재들은 각자에 주어진 시공간의 길이와 넓이대로 생성과 소멸이라는 순환고리의 일부로 서로의 에너지들을 모으고 나눈다. 살아서든 죽어서든

농사중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자식농사다. 직접 지어보고 하는 말이다. ㅋ

지들은 저절로 자라는 줄 안다. 나도 그랬었다.

너무 곱게 곱게 키우면 잘 안자란다. 식물처럼... 세상 모든 것이 마찬가지다. 각자의 역할과 성장의 모멘텀들이 있는데 과도한 물과 관심, 에너지를 공급받게 되면 결국 빨리 죽는다. 빨리 소멸된다. 내재된 순환의 싸이클이 빨라지면 좋을 게 없다.


어디하나 들여다 보면 안 중요하고 덜 필요로 하는 것은 없어 보인다.

각자의 존재대로 기능하고 효용의 가치를 인정받는다 하지만 가끔은 더럽다고 혹은 현재적 가치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필요없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사랑한다고 이쁘다고  더 많은 관심과 에너지를 쏟는다고 더욱 더 사랑스러워지거나 성장하는 것도 아니라는 말이다. 그냥 냅둬라...가끔 우리는 제 3자 대하듯 조금 더 객관적으로 나를 대하고 내 주위를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식물을 키우면서 난 그걸 배운다. 농부들을 만나면 그렇게 이야기한다.


똥이야기를 마치며 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지들은 안본다  젠장)


힘들 만 보고 한 걸음을 소중히 생각하고

여유가 생기면 멀리 보고 치열하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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