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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소낙비 Jan 29. 2022

단식과 짜증

의지만의 문제가 아니라니까요

단식을 시작하기로 결심한 건 2022년을 시작하기 며칠 전이었다. 2022년을 시작하면서 몇 가지 다시 시작해보고자 하는 것들이 있었다. 첫 번째가 ‘글쓰기’였다. 글을 쓴다는 것은 오랜 결심이기도 했다. 컴퓨터 안에도 끄적거려보고, 개인 블로그에도 몇 자 적어보기도 했었다, 브런치라는 훌륭한 플랫폼에 찬사를 보낸다. 이젠 도리어 글쓰기를 자제해가면서 써야겠다는 느낌이다. 쓰고 싶은 게 너무 많다. 매번 비슷한 이야기가 될까, 글의 톤이 너무 지루해지지 않을까 걱정한다. 책을 많이 읽으면 좋은가? 글도 많이 쓰면 좋은가? 인생을 오래 산다고 지혜로워지는가? 많이 하고 오래 한다고 좋은가? 그런 고민을 하면서 글을 쓰고 있다. 어디에선가 또 해답을 찾겠지만 지금은 글쓰기에도 궁금함이 많다.


두 번째는 ‘단식’이었다. 한 달에 한 번 단식을 하고자 한다. 오늘이 바로 그 날이다. 음식을 하루 동안 먹지않고 물만 마시며 ‘자가포식’인가 뭔가가 일어나도록 몸을 비우는 노력이다. 다이어트는 대학시절까지 빼빼했던 몸과 달리 어느 순간 내 몸에 달라붙기 시작했던 살들과의 오랜 전쟁이다. 20~30대에는 제법 약간의 의지와 달리기만으로도, 저녁을 몇 번 건너띄는 것만으로도 쉽게 살들을 떼어내곤 했었다. 결혼하고 10키로 가까이 불었다. 지금은 말도 못한다. 아내의 음식솜씨가 좋기도 한 것이지만 따스하게 챙겨주는 온정이 너무도 좋았다. 아침 일찍 출근할때도 아내는 알뜰살뜰 챙겨주고 나가는 뒷모습을 지켜봐 줬다. 그렇게 살들은 몰래몰래 내 몸속에 쌓여가기 시작했지만 행복했다. 이쯤의 살들이야 뭐 간단하게… 상황이 바뀌었다. 40대를 넘어서서는 뱃살이 아니라 굳은살같았다. 온 몸의 살들이 죽기살기로 몸에 붙어서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몇 년 전부터는 운동량도 제법 높아져 ‘누가보면 태릉 선수촌에서 근무하는 줄 알겠다’라는 핀잔을 들어가면서까지 열심히 걷고, 자전거도 타고 산에도 가끔 가지만 저녁의 맥주 한 잔은 떨치기 어려운 유혹이다. 그래도 우긴다. 난 근육형이야!!!


세 번째는 ‘자전거 여행기’다. 아직 시작하기 어려운 겨울이거니와 며칠을 비워야 하고 글쓰기도 제법 궤도에 올라야 할 수 있는 일이라 아직 계획중인 일이다. 자전거를 타보면 세상에 모든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는 듯하다. 자전거관련 카페를 가입하고 기웃거려보면 세상 못 갈 곳이 없다. 예전 2017년 휑한 마음에 부산에서 안동까지의 400키를 가본 적이 있다. 그냥 달렸다. 의미 없이… 일단은 ‘부산에서부터 강원도 고성까지’로의 자전거여행을 써보는 것이 계획이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다녀올 계획이다.


예전에 난 담배를 피웠었다. 학창시절이었지만 편집상 대학시절로 정정한다. 여튼 오랜 기간 담배와 친하게 지내다가 28살 11월 말에 끊었다. 담배끊는 놈이랑은 친구하지 말아야 한다고 한다. 그래서 친구가 끊어졌다. 독한 놈이란 소리다. 사실 십이지장궤양으로 고생을 했었고, 29살 늦은 나이에 첫 직장에 겨우 들어가게 되었지만 다행히 입사 며칠 전에 담배를 끊었다는 사실을 직장사람들은 몰랐다. 처음 만나면 어색함에 담배를 건내곤 하던 시절이었지만 누구도 나에게 담배를 권하지 않았던 분위기로 금연에 성공할 수있었다. 주위환경 문제를 무시하기 어려운 것이다. 그렇게 지금까지 24년 넘게 금연을 해오고 있지만 살과의 문제는 또 다르다. 넘사벽이다.


단식을 결심하고 살과의 전쟁을 선언하고 일상속에서 하루를 굶는 것뿐이지만 가족들과의 관계, 사회생활을 생각해보면 연예인들의 그것과는 확연히 다르다. 아무리 독하게 마음을 먹었어도 그런 힘든 관계에서 일단 짜증이 올라온다. 그리고 굶는 것 자체가 짜증이다. 예민해진다. 다이어트를 선언하는 순간 ‘지킬박사와 하이드’처럼 내 속의 뭔가들이 끊임없이 부딪히며 괴롭힌다. 그게 확 올라오는 것이다. 그런 내 모습을 잘 아아내가 한 마디 건넨다. “또 사람 힘들게 하겠네”


일단 오늘 하루를 잘 지내보고자 한다. 간혹 금식을 외치지만 어느샌가 ‘그래 물 속에 뭐 조금 타 먹는건 괜찮아’라며 경계를 허물곤 했던 내 모습을 2022년 한 해는 예전의 그 ‘독한 놈’으로 성격좋게 해보고자 한다. 나에게 화이팅을 보낸다.


“나혼자 오래살라고 그라는 거 아이다”


*사진출처는 ‘교수신문’기사에서 따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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