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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소낙비 Jan 31. 2022

두봉 주교님

상황이 안좋았지만 사람이 좋았어요…

94세의 주교님이 간직하고 있던 90세 시절의 아빠가 보낸 편지로 마무리되는 내용..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준 ‘유키즈온더블럭’ 한 편을 2022년 1월 31일 새벽에 보게 되었다. 늙었다. ㅋ


누구나 인생이 한 편의 영화같지 않고 소설같지 않는 사람이 없다더니, 두봉주교님의 인생도 역시 역사의 마디마디를 지나온 ‘포레스트 검프’같은, 영화의 주인공같은 삶을 살고 있는 주교님의 한 마디가 가슴에 다가온다. “평범해서 행복해요”

검소함이 몸에 배고 쓸데없는 물욕을 멀리하는게 종교인이라지만 1953년 6월 한국전쟁이 휴전하기 한 달전 한국으로 발령받은 것을 너무도 고맙고 운명적으로 받아들이신 프랑스사람치고 팔길이보다 체격이 왜소한 두견새같은 주교님, 2차 세계대전을 지내온 어려웠던 어린 시절이었지만 부모님에게 받았던 ‘사랑과 관심’을 당신의 아버님이 인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놓을 수 없었던 편지들로 서로를 보듬었던 두봉주교님의 어눌한 한국말을 사랑하게 된다. 존경합니다.


1979년 농민회관련 사건으로 당시 ‘유신정권’시절 추방명령을 당했지만 교황청의 긴급회의를 통해 ‘교회측에서 어려운 노동자 농민들 편을 드는것을 찬성할 수 밖에 없다’라는 종교적이지만 사회적이고 약자편이어야 한다는 종교적 믿음이 지금도 유효한지는 궁금하다. 가급적 브런치에서는 종교적 정치적인 문제를 거론하고 싶지 않다. 각자의 믿음과 사회적 성향에 따른 문제이기에 무엇이 맞다 틀리다의 문제로 귀결되는 걸, 성급한 이분법적 접근을 피하고자 함이다. 하지만 지난 70여년 한국사회에서는 여러차례 위기상황을 의연하고 따스하게 서로의 등을 토닥거리며 우리 국민들은 누구도 겪어보지 못한 나라로 만들어 왔다. ‘상황이 안좋아도 사람들이 좋았다(웃고 친절했고 서로를 챙겼다)’. 전쟁통에서 느낀 두봉주교님의 한국에 대한 첫 인상…


현재 우리는 어떻게 살고 있고 어떻게 살아가게 될 것인가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살아 왔는지도 의미가 있다. 존중받아야 할 평범한 국민들이 만들어온 비범한 나라, 바쁜 일상에서 우리는 우리를 잘 모르고 살아가는 듯 하다. 나가보면 알게 된다. 다른 나라를 둘러보고 그 나라의 역사와 국민을 보면 우리는 어떤가 알게 된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국수주의에 빠져 민족적 우월성만 일방적으로 우기고 싶진 않다. 내 덕분에 니들이 잘사는 거라는 존경받지 못할 과거고집형이 되고 싶지도 않다. 잘하는 것은 잘하는 것이고 잘해온 것은 잘해온 것이다. 설령 과오가 있고 겸연쩍은 것들이 있으면 사죄하고 앞으로 그러지 않으면 되는 것일뿐…같이 사는 거다.


내일은 설이다.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의미로 차례를 지내거나 휴일을 보내게 될 것이다. 진정한 신년의 의미로 새해 복들을 기원하고 주고 받으며 하루를 보내게 될 것이다. 어른들에게 세배라는 이름으로 삥도 뜯겠지? 호시절이다. 물론 소외되고 어려운 이웃들, 홀로 외로이 노년을 감내해야 하는 많은 사람들, 여전히 풍요속에 생명의 마지막 작은 불꽃을 태웠던 ‘성냥팔이 소녀’의 쓸쓸한 죽음처럼 현재 진행형이다. 전쟁통에서도 서로를 도왔던 우리다. 독재에 항거하고 태안의 기름을 일일히 닦아내고 금을 모아 나라를 도왔던 우리다. 우리속에 가끔 난 빠진다. 미안하다. 괜히 아침에 혼자 웅장해졌다.  


두봉주교님의 말하지 못한 비밀, 엄마의 마지막 순간을 지켜 보지 못했다는 미안함에 흘리는 가슴 저리는 94세 어린이의 눈물에서 관계란 무엇인가를 느낀다.


감사합니다. 주교님 오래오래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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