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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소낙비 Jan 30. 2022

물로 보냐?

두 번째 연재…물이야기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글쓰기에 더 관심이 생겨, 여기저기 유튜브도 보고 책도 보고 브런치도 열심히 보는 편이다.

대부분 빈 공간을 어떻게 시작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많다고 한다. 글을 쓰면서 조금 더 열심히 걷게 되고 걸으면서 온갖 상상여구들을 만들어 혼자만의 글 한편들을 써 내려가곤 한다. 하지만 막상 빈페이지를 시작하게 될 쯤 그간의 고민과 머릿속으로 유창하게 써내려갔던 글들의 흔적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다시 막막해진다.


농업과 삶에 관계된 이야기들을 꾸미겠다고 계획을 하고 지난 1월을 ‘똥이야기’로 나만의 착각이겠지만 나름 자연스럽게 시작해냈다고 생각하며, 다음 이야기로 몇 가지의 주제들을 혼자 엮어 온갖 뒤엉킨 생각들을 정리해나가는 내 모습에 짐짓 ‘한 1년쯤은 울궈낼 수 있을 듯한데’ 라는 착각에 빠졌다. 새로운 글 한 편을 이미 정해진 주제안에서 물흐르듯 풀어내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더 어렵다. 그냥 생각나는 대로 써내려간 일상의 기록들은 그나마 수월한 편이라 벌써 몇 편을 서랍에 넣어둔 터다.


‘똥’ 다음은 ‘물’이다. 똥물이 아니다. 별개의 건들이니 붙여서 읽지 마시라…ㅋ


물에 대해 몇 가지 엮어보고자 하는 이유는 우리는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가에 대한 생각이었다. 온실에서 각양 각색의 식물들을 영농의 목적으로 재배하는 대다수의 농부들은 자기가 키우는 식물에 무엇이 중요한가를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한다. 보통 비료를 먼저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온실의 형태와 시설에 들어간 투자금액을 이야기한다. 최첨단 시설에서는 저절로 식물이 자란다고 생각한다. 아니 토양에서 재배하다가 비닐하우스라도 설치하고 각종의 시설, 자재등을 구비하면 식물이 더 잘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디서 어떻게 키우느냐보다는 내가 키우는게 무엇인지 어떻게 생겨먹은 건지를 잘 아는게 중요하다.


식물이나 동물은 모두 생명체들이다. 모두가 다 알고 있는 아주 당연한 사실이다. 정도의 차이겠지만 모든 생명체들은 세포의 분열과 팽창이라는 단순한 방식으로 생성과 소멸의 단계를 거쳐가게 된다. 여기에서 팽창에 필요한 것이 물이다. 모든 생명의 근원이 물에서부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도 우리는 우주 어딘가에 있을 물을 찾아 다닌다. 물과 에너지와 아주 오랜시간속 몇 가지 우연을 더하면 인간같은 고등생명체가 나올거라는 논리가 항상 절대자가 창조하셨다는 논리와 신경전을 벌인다. 어떤 논리가 맞건 현재를 살아가는 거의 모든 생물들은 물과의 관계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게 더 중요하다. 무엇으로 구성되어 있느냐를 알면 어떻게 관리해야하는지도 알게 되는 것이다. 구성요소중 많은 것부터 중요하다고 믿는다. 아주 사소한 것들에 더 신경쓰며 흔해 빠진 것들과 남들도 다 아는 이야기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흔해 빠지고 누구나 아는 이야기가 사실 훨씬 더 중요하다. 누구나 아는 걸 꾸준히 지키고 이어나가는 게 더 힘들다는 건 해보면, 살아보면 알게 된다.


식물을 키우는 농부라면 응당 식물의 구성요소와 성장원리정도는 당연히 심각하고 심도있게 공부해야 한다. 동물이라고 다르지 않다. 인간이라고 별 수없다. 좋은 물을 마시고 적당량의 물을 지속적으로 공급해주는 것이 건강의 기본이다. 수 천 년간 다행히도 우리나라는 물이 좋은 지역에 자리잡고 있다보니 물에 대한 소중함을 모르는 듯하다. 금수강산이란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현재도 전세계에서 수도꼭지를 틀어 맘놓고 물을 먹을 수 있는 몇 안되는 나라이기도 하다. 수도관이 노후되고 가끔 정수시설에서 사고가 터져 이제는 누구나 정수기 한 대쯤 집에 두거나 생수를 사먹지만 여전히 안전한 물임에는 틀림없다.


물과 생명이 불가분의 관계이듯, 날도 밝기전 어둠속에서 새벽의 정기를 담은 물 한 사발을 떠 놓고 그 옛날 어머니들은 자식과 남편의 안녕을 기원해왔었다. 천지신명에게 물 한 잔이라도 바치는 것이 기도의 간절함이자 소중함이었을 것이다. 이제 며칠있으면 우리는 설을 맞이하여 많은 사람들이 조상님들에게 나름의 안녕과 축복을 기원하겠지만 그냥 물 한 그릇만으로도 마음만 있다면 전해지리라 믿는다.


이렇듯 아주 흔해 빠졌지만 소중한 무언가를 다시 생각해보고자 ‘물’이야기를 꺼내들었다. 그냥 물로 보기엔 물은 너무 소중하다. 아침에 마시는 물 한 잔이 너무 고맙고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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