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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소낙비 Feb 09. 2022

리뷰 ’덩케르크’

서부전선 이상없다. 내가 이상한가?

그렇다. 크리스토퍼 놀란(영국)감독의 애국영화다. 국뽕이라 불러도 될 만하다.


나처럼 크리스토퍼 놀란감독의 배트맨시리즈와 인셉션, 인터스텔라를 인상깊게 본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덩케르크, 인기작품들로 연일 흥행스토리를 써내려 가는 아날로그형 감독의 몰입감있는 영화다. '테넷'은 아직 못봤다.

철학과 흥행요소를 버무려 잘 비벼낸 비빔밥처럼 맛깔나기를 기대하고 오랜 동안 ‘덩케르크’를 아껴뒀었다. 평가도 일절 보지 않고 어디선가 담담히 다큐처럼 써내려간 영화라는 이야기만을 듣고 출장기간 홀로 영화를 틀었다.


‘일당백’이라는 팟캐스트를 가끔 듣는다. 정영진의 능글맞음과 정박사의 지식, 여성진행자의 담백한 리액션의 삼박자가 나름 지식전달을 매개로 다양한 주제들을 은근슬쩍 광고들에 끼워 방송하는 몇 안되는 애청프로그램이다. 듣고 나면 대부분은 잊혀져 ‘지대넓얇'방송처럼 콩시루에 물주듯 저절로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는 메멘토같은 짧은 나의 기억력을 탓하며 가끔 귓속에 흘려보낸다.

최근에 들은 방송 내용이 1차 세계대전속 참혹함을 여과없고 담담하게 그려낸 ‘서부전선 이상없다’의 작가 마리아 레마르크의 자전적 이야기였다면 ‘덩케르크’의 시대적 배경은 1차 세계대전에서 채 풀지 못한 오랜 갈등의 재폭발이라 할 수있는 2차 세계대전속 철수작전에 대한 것이있다. 전쟁과 죽음, 숭고한 희생들을 기린다.


정상적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일본의 침략과 미흡한 사과에 대한 분노와 미움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침략과 수탈, 전쟁이라는 참혹한 환경에서 많은 한국인들이 끌려가고 희생당했지만 일본은 아직도 미화하고 포장하고 홍보해서 역사적 사실을 비튼다. 섬나라의 특성이 있다고 믿는다. 제한된 공간에서의 탈출과 억누른 내분의 외부적 돌파구는 항상 우리였다. 그런 나라가 또 영국이다. 영국으로 인해 수없이 많은 나라가 아직도 피해를 보고 있지만 젠틀한 척은 혼자 다 한다. 지나간 영광인 세계 1등국의 자존심만 남은 섬나라 영국은 음식도 맛없기로 유명하다. 그건 일본하고 차이가 많이 난다. 깊게 파고들면 나의 은 지식이 드러나니까 이만 줄인다.


1996년 유럽 배냥여행의 마지막 경로가 영국 히드로공항에서 김포공항으로 돌아오는 것이어서 추가요금을 내야 했던 유로해저터널을 이용하지 않고 도버해협을 배를 타고 건넜었다. 영화를 보다 보니 그 어디쯤에서 ‘덩케르크’철수작전이 있었던 것이다. 프랑스와 영국사이에 있는 세찬 바람과 파도가 치는 도버해협을 건너는 국가를 위해, 부모를 위해, 가족을 위해 죽음에 온 몸을 내던졌던 청년들 그들이 집으로 돌아오는 이야기다.


“돌아오면 누가 반겨나 줄까?”

전쟁에서 패해 고국으로 돌아온 의기소침한 병사는 우울하고 불안하다. 하지만 처질은 작전의 승리를 외치고 다시 전쟁을 이어간다. 그리고 다시 수없이 많은 청년들이 정치인과 권력자의 체스놀이에 속절없이 쓰러져갔던 것이다. 그렇게 1, 2차 세계 대전에서 수 천만명의 병사와 민간인들이 학살되고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누며 죽어갔다. 원초적 폭력앞에 내던져진 그들 모두가 희생자일 수 밖에 없는 그것이 전쟁이다. 승리자는 있을 수 없다. 시체를 기다리는 독수리만 있을 뿐...


지금도 우리는 총부리를 서로 겨누는 정전상태에 있다. 싸워서 될 일이 아니다.  누가 감히 전쟁을 입에 올리는가? 누가 감히 전쟁의 진정한 의미를 담아낼 수 있는가?


놀란감독의 놀랍지 않은 영화 ‘덩케르크’였다.

 

'테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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