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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춥네요.

바람 지기네 (by 부산특파원)

by 여름소낙비

꽃샘추위인가요? 날씨가 춥네요..아니 여기 부산은 이제 바람이 불기 시작하네요.


부산에 처음 자리를 잡은 건 2005년 여름 어느날 간신히 땅 1,500평을 얻어서 하우스를 짓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경북 구미에서 부산으로 귀농이라? 보통의 귀농이라하면 귀촌과 동의어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으니 내 경우는 상경귀향같은 도시귀농이었다. 물론 그 땅은 예전에 김해(평야)에 속해 있던 곳이라 엄밀히 부산이라고 하기엔 애매하지만 행정구역상 부산임에는 틀림없다.


처음 비닐하우스를 만들고 겨울을 날 즈음 내가 처음 겪은 부산의 날씨는 포근함 그 자체였다. 거짓말 조금 보태면, 한 겨울에도 반팔을 입고 다녔다. 물론 온실내 온도가 겨울에도 따스하기도 한 이유도 있었지만 농장에서 일하던 차림으로 가까운 곳을 다녔던 나에게 부산토박이분들은 항상 “안춥나?”,”여긴 완전 봄인데요”……

적응의 동물인 탓일 것이다. 그렇게 피끓는 청춘처럼 반팔의 겨울을 보낸지 몇 년이 되었을까 슬슬 추위를 느끼기 시작했고 결국 반팔의 청춘은 부산바람에 손을 들었다.


부산은 2~3월이 되면 더 춥다,고 느낀다. 아니 기온보다는 바람이 거세지는 듯하다. 물론 내가 기상전문가가 아니니 데이터를 가지고 세세히 설명하긴 어렵다. 대개의 부산분들도 그렇게 말한다. 12월~1월은 생각보다 덜 춥다. 대전 이북지역에 비하면 껌이다.

이번주 목요일 부산의 최저기온은 영하 7도다. 엄청 추운 날씨가 되겠다. 부산이 이정도면 서울근교는 분명 영하 13~15도정도는 될 것같다. 이럴 때 바람이라도 불면 죽음이다. 꽁꽁 얼어붙는다. 하지만 같은 추위라도 서울에서 내려오다 밀양언저리 정도면 벌써 공기가 완연히 달라진다. 경험상이다.


부산에 살다보니 두꺼운 패딩에 두꺼운 후드 게다가 털까지 달린 이유를 몰랐다.

-칼바람부는 서울에 가서 몇 시간 떨어보니 알겠더라…


부산에선 눈이 3센치 정도만 되도 선생님이 가끔 출근을 못하셔서 애들이 학교를 안가기도 한다는 걸 몰랐다.

-이번주 토요일 부산에 눈예보가 있으니 기대해 보겠다. 강원도 여행가서도 못봤다.


분명 봄날인 듯하더니 갑자기 불어온 바람에 마음까지 쌩해질지 몰랐다.

-열정적 글쓰기도 검열(퇴고인지, 퇴짜인지)에 기가 꺾인다. 쳇


자랑스레 마누라에게 내밀었던 글들이 서랍속에 고이 잠들줄 몰랐다.

-아깝지만 가정의 평화와 노년의 서러움을 피하기 위해…

-어제 발렌타인데이라고 첫째 딸내미가 무심한 듯 초콜렛 몇 개를 건네며… “3월 14일 기대할게”



이렇게 난 부산에서 바람을 맞고 산다.




다들 막바지 추위와 코로나에 조심하시자구요^^

*사진출처: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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