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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소낙비 Mar 10. 2022

칼국수 한 그릇

논산 맛집이예요

"마눌..얘들아 외식하러 가자."

"뭐 먹을건데"

"몰라 맛있는 거 먹어야지"

"또 칼국수?"


그렇다. 우리가족은 애들이 어렸을 때, 당시 귀농으로 살림살이가 쪼달리고 지갑이 얄팍할 때 흔히 먹었던 외식메뉴는 칼국수나 밀면이었다. 비오는 날 괴정 할매칼국수집 주방에서 스멀스멀 퍼져오는 멸치육수의 비릿, 구수한 냄새는 칼국수를 먹기 전부터 온 몸을 휘감는다. 다진 양파양념이 고명으로 올려진 뜨신 칼국수 한 그릇과 인상 좋은 사장님이 자주 온다며 애들에게 특별히 한 주먹씩이나 쥐어주던 사탕이 생각난다.

부산 영주시장 진아집 칼국수나 명지동 평창면옥의 산초열무김치가 추억속의 음식인 것은 우리 가족들이 이젠 칼국수를 최애 외식메뉴에서 빼버렸기 때문이다. 나만 빼고...

논산 화지중앙시장 근처엔 허름하지만 청결한 칼국수집이 있다. 우연찮게 맛집 검색을 통해서 들렀던 것으로 기억하지만 꽤 오래된 혼자만의 단골집이다. 바지락육수로 약간 걸쭉한 듯 끓여내 오래된 우동그릇같은 사발에 한 가득 담아주시는 인심도 좋고 인사성도 좋은 주인아저씨가 반겨준다.

한번은 곱배기를 시켰다가 다 먹느라 혼난 적도 있고 오늘처럼 괜히 김치를 더 달랬다가 김치파티를 하는 경우도 생긴다. 다만 예전에 비해서 바지락을 조금밖에 안 넣어주는 느낌적인 느낌과 그 역시 올 때마다의 복불복, 케바케라는 생각이 들지만 면발은 여전히 칼로 썰어낸 표시를 내는 진짜 칼..국수집이다.

점심시간 막 시작하자마자 도착한 지라 일부러 시간을 늦추려 근처에 있는 화지중앙시장을 한 바퀴 둘러보며 칼국수집에 사람들이 좀 빠지기를 기다렸다. 식당 바로 옆에 꽃가지천(화지)수변공원을 조성중이라 식사가 끝나고서도 가벼운 산책으로 좋은 길이다. 봄날의 따스한 햇살로 비타민을 보충하며 시장을 한 바퀴 둘러보곤 식당에 들어가니 다행히 평일이기도 하고 날이 맑기도 해서 한적하다.

칼국수를 흡입했다. 여전히 바지락은 몇 개없지만 국물도 시원하고 면발도 탱글한게 마치 100미터 달리기 하듯이 땀을 흘리며 한 그릇을 후루룩 쏟아 부었다. 맛있다.

참 마지막에 국물을 비울 땐 바지락부스러기를 조심하시길 바란다.


수변산책로를 잠시 걸으며 행복한 점심시간을 마친다.


p.s 대선 개표가 끝난 지금 하늘은 미세먼지로 덮힌 듯 목이 칼칼해지고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은 날씨탓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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