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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소낙비 Mar 08. 2022

해장국 한 그릇

신라해장국을 아시나요?

아침의 빈 속을 든든히 채워주는 해장국을 제일 맛있게 먹는 방법은 전날 한 잔 걸치는 것이다. 물론 술을 마시지 않은 날도 해장국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요즘같이 목이 칼칼한 봄철 굳이 삼겹살과 미나리를 찾아 먹지 않아도 시원한 신라해장국 한 그릇에 속도 든든, 목도 시원해진다.

양평해장국의 경남버전이라 불러도 좋으리라 생각한다. 여기는 신라해장국(석가) 본점이다. 사실 신라해장국을 알게 된 것은 예전 농사를 지으면서 부산 강서구 비닐하우스 근처에 새로 생긴 해장국집이 있다고, 가깝다고 자주 들렀던 곳이어서 별다른 생각없이 맛으로 편의로 자주 들렀던 체인점들이었지만 본점이 어디 있는지 신경 쓰지 않고 살다가 최근 밀양에 일이 있어 자주 오게 되면서 밀양에서 창녕군 부곡하와이로 가는 길목인 무안면 인교사거리에 위치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선지와 콩나물, 소내장(양과 천엽)을 시원하게 끓여 내오는 뚝배기에 다진 고추와 다대기를 조금 넣고 한 김 빠지기를 기다리면 식사준비는 끝난다. 깍두기와 겉절이, 땡초와 양파를 찍어 먹을 쌈장과 약간의 소스를 내준다.

사실 본점이라지만 특별함은 없다. 한적한 시골인지라 근처에서 공사를 하거나 농사를 짓는 사람들과 국도변으로 다니는 나같은 뜨내기 손님들만 많아 보이는 것은 그 옛날 부곡하와이의 명성이 잦아든 것이나 밀양에서 창녕, 혹은 대구방향의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이 줄어서 예전 본점으로서의 위용을 본 적없는 맛집탐방기의 초보로서의 실수일 수도 있겠다. 그렇다고 사장님을 붙잡고 인터뷰를 할 수는 없지 않겠나?


양평해장국과의 차이는 모른다. 비슷해 보인다. 다만 양평해장국이 좀 더 자극적인 맛과 비쥬얼(고추기름)이라면 신라해장국은 맑은 지리같은 느낌에 각자의 양념을 더 하는 차이랄까?


대구에 가면, 앞산이라는 곳에 대덕식당이라고 선지해장국이 유명한 가게가 있었다..있었다라고 하는 것은 이미 30여년 전 선지라는 것이 해장국의 재료로 쓰인다는 것과 당시의 나로서는 맛있다고 하기엔 선지의 이상한 식감과 누린내같은 것이 약간 올라오던 별로 먹고 싶지 않았던 음식이었지만 당시 대구에 사시던 작은 아버지의 최애음식이자 할매에게 대접하던 지역맛집이었던터라 한번씩 빈 냄비를 들고 배급받듯 포장해 오셨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별로였던 선지가 이제는 구수해지고 제법 즐기는 음식이 된 것은 술 맛을 알게 되면서부터 였을까?수원의 유치회관도 즐겨가는 해장국맛집인 것은 그곳의 선지도 신선하고 맛있기 때문일 것이다.

어느새 뚝배기는 여름날 말라버린 저수지처럼 바닥을 드러내고는 나의 이른 점심이 끝났다. 출장을 나서서 이렇듯 혼자 북적이지 않을 시간에 맛있는 음식으로 잠깐의 여유를 즐기는 것은 또 다른 묘미다. 신라해장국 본점이 궁금하신 분들은 밀양과 창녕사이에 있는 인교사거리 길모퉁이의 생뚱맞는 삼거리다방 간판이 걸려져 있는 건물을 찾아보시라 추천한다. 맛은 다른 신라해장국집들과 똑같다. 그리고 통상 본점이라 불리우는 체인점 수가 많은 본점의 위용은 없다. 전주콩나물국밥의 현대옥본점은 장난 아니다.

뜨건한 국밥 한 그릇이 비염약 한 봉지보다 효과가 좋은 듯 한 봄날 점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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