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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소낙비 Mar 06. 2022

밥은 먹고 다니냐?

밥이야기.

인사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건 조그마한 동네에선 버릇없거나 집안교육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인식될 정도로 누구나 다 이웃사람들을 알고 어려운 시절 인사라는 것이 공동체속 개인의 안전과 약자에 대한 보호인지라 당연히 나이든 어른을 보면 '진지'는 드셨는지, 간밤에 잘 주무셨고 서로에게 안녕한지를 묻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지만,

이젠 모르는 사람에게 인사를 한다든지 아파트에 같이 사는 이웃이라도 조금만 이상한 낌새가 보이면 경계의 눈초리로 아이들에게 조심부터 시키는 사회가 되었다.


밥에 목숨건 민족이라는 조선말 선교사의 눈에 비친 조상들의 밥문화를 차지하고서라도 우리는 식사하셨는지 묻는 것과 이웃이 식사시간에 집에 오면 응당 같이 숟가락을 챙기고 없는 살림속 누룽지라도 한 조각 나눌 수있었던 밥과 정의 공동체였다. 결핍이 공동체의 결속을 강화시킨다면 풍요는 개인의 불신을 증폭시킨다. 나눔이 결속의 앙꼬라면 잉여는 사회의 부서진 누룽지다.

밥을 같이 먹으면 식구가 된다. 가족들끼리도 밥을 따로 먹으면 하숙신세가 된다. 밥상머리 교육이란게 있었다. 지금은 누구나 밥상에서 잔소리하다간 꼰대를 넘어서 웬수가 된다. 밥이 중요하지도 밥상이 같이 하는 공간이란 인식도 없기 때문이다. 물론 '밥 먹을 땐 개도 건들지 않는 법'이라는 좋은 항변거리가 있다. 허기속 따스한 밥 한 그릇과 처져가는 뱃살앞 진수성찬은 그 의미와 가치가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그 때 그 시절만 외치고 다시 궁핍하거나 허기진 시절로 돌아갈 수도, 가자고 하는 것도 아니지만 밥이 오랜기간 사람들 사이를 메우는 감정과 유대의 역할이었다면 이젠 무엇으로 그런 교감을 만들어 볼 수 있을까? 여행? 캠핑? 인스타와같은 소셜미디어?


사회가 발전하고 경제의 규모가 커지고 나라가 부국해지면 행복해지는가? 개개인의 행복은 어디에서 오는가? 나라가 잘살게 되면 개인들이 행복을 알아서 챙겨야 하는가? 어디에서 무엇으로...


행복하지 않더라도 사는 것에는 별 지장이 없다. 굳이 행복하겠다는 마음과 그 집착으로 더 행복에서 멀어질 뿐더러 가까운 사이에서도 행복의 기준은 다를 수 있어서 결국 갈등의 소지만 더 만들기 일쑤다. 하지만 밥은 먹어야 하지 않나? 적게 먹든 싼걸 먹든 먹기는 먹어야 살아가니 혼자 밥을 먹든 가족들이 같이 먹든 친구들이랑 먹든 뭐라도 먹고 시간을 보내야 한다면, 먹는 것으로 생각보다 많은 교감과 유대감을 만들 수 있다면 먹으면서 우리는 최소한의 대화라도 조금씩 이어가면서 상대의 감정과 나의 기준을 섞으면서 세상을 살아가야 하지 않겠나?


서로에게의 인사가 사라지고 밥을 같이 먹는 사람들과 관계를 부담스러워하는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나에게 관계와 밥을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본다.


식사들은 하셨는지요. 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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