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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소낙비 Mar 04. 2022

거창 가조(gajo) 맛집

이름을 와조(wajo)로 바꾸면 좋을텐데...

전국적으로 딸기 농가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곤 있지만 거창이남의 산청, 진주 그리고 밀양은 경남에서 딸기의 메카라 불리울 만 하다.

그나마 농사를 지어서 수지타산 맞는 것이 딸기밖에 없는지 거창 가조지역에도 젊은 귀농인들도 많고 나름 지역이 활기차 보이지만 농사는 어디서든 무엇이든 힘든건 매 마찬가지다.


혼밥을 주로하는 나는 점심시간 주변 식당을 두리번거리는 것이 일상이고, 지역 맛집을 검색하거나 방송에 나온 곳을 찾아가기도 한다. 하지만 거창은 이름에 비해서 거창한 식당은 별로 없는듯 하다. 위치는 참 좋다. 거창하다. 산도 울창하고 숲도 우거지고 물도 맑다. 그래서 재배되는 농산물도 깨끗하고 맛있다.


3월과 4월엔 식사(밥)와 관련된 주제로 글을 써보고자 시작한 혼밥, 맛집투어다.

혼밥엔 제법 이력이 나있지만 혼자 밥먹을 때 사진찍기는 젬병이다. 가게안의 사진을 찍기도 쪽팔릴 뿐더러 급하게 먹는 걸 찍는 것도 이렇듯 지저분하기 짝이 없다. 급사과합니다^^ 거창은 사과의 고장이기도 하다..


혼밥의 고민은 메뉴고르기부터 시작된다. '오늘은 뭐먹지?' 열심히 고르고 골라서 들어가면 실망하기 일쑤인 나에겐 가끔 혼자 한식뷔페나 기사식당은 맛과는 별개로 여러가지 반찬을 골라먹거나 대중적인 찌게류들을 패스트푸드처럼 먹는 것으로 처절한 실패는 피하게 된다.


9,000원짜리 뷔페치고는 그냥 저냥이지만 밥보다 반찬을 많이 먹어 집에서 마누라에게 혼나곤 하는 나에겐 뷔페는 반찬가게나 마찬가지다. 일단 뭐가 있는지 훑어보고 빈접시를 들고 실패하지 않을 것같은 반찬이랑 밥과 국을 퍼서 햇살가득한 창가에 앉아서 혼밥의 궁색함을 떨치기 위해 잠시의 정적을 즐긴다. 이 집은 창가의 경치가 2,000원이다. 주위를 둘러보면서 혼밥을 즐기는 태도로 천천히 가능하면 휴대폰을 멀리하고 음식에 집중한다. 배는 덜 부르지만 마구 퍼다 먹기엔 괜한 자존심에 약간의 추가 반찬을 몇 번 들고 와서 식사를 마무리하고 냅킨으로 입을 닦음으로 혼밥을 정리한다. 강추는 아니지만 맛은 개인취향이니...


근처에 삼겹살 맛집이 있지만 혼밥으론 힘들어 결국 간짜장, 순대국밥이나 김밥으로 가조출장을 마무리하던 나에겐 가조한식뷔페는 맛집이라 할 순 없지만 사람들은 적은 편이 아니니 개인 선택에 맡긴다.


점심을 먹고 약속 시간이 남아서 가까운 거창의 명물 '항노화힐링센터의 Y자 출렁다리'를 다녀왔다.

뷰 맛집이다. 거창은 산도 좋고 물도 좋은 고장인지라 사방이 절경이다. 오늘의 맛집은 soso지만 뷰 맛집은 포기할 수 없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계단을 576개 올라야 만날 수 있는 출렁다리를 올라가기 위해 부지런히 계단마다 적혀 있는 문구를 읽으며 숨을 골랐다. 계단오르기의 효능에서 시작한 문구는 중간 즈음에 씌여져 있던 다이어트의 효과의 문구와 맥주, 막걸리의 칼로리를 보다보니 양심의 가책을, 마지막 문구들에서는 결국 귀를 막고 싶었다..힐링이라더니 고문이었다..그만해!!! 조용히 걷고 싶어졌다.

그렇게 576개의 계단을 올라보니 아찔한 높이의 출렁다리가 눈앞에 펼쳐졌다.

짜잔..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줄..높이가 50미터는 족히 넘을듯하다..사람들이 많이 없으니 더 쫄린다. 하지만 간혹 보이는 사람들 사이에서 쫄린 표정이나 자세를 취하기엔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 법..당당하게 걷는 척 해보지만 아래에 뚫린듯 보이는 높이에 앞만 보고 걷게 된다..그래도 조금 걷다보니 적응이 되는 듯...가슴이 진정되고 주위를 둘러보게 된다...주위의 풍경이 장관이다. ‘거창한 거창’임에 분명하다.

땀흘리며 서둘러 내려온 힐링센터 카페에서 입장권(3,000원) 끊을 때 받은 거창사랑상품권 2,000원짜리(공짜쿠폰)로 1,500원을 추가해서 주문한 아이스아메리카노 한 잔에 목을 축이며 잠깐의 산행과 스릴을 마무리했다.


아내는 출렁다리나 구름다리 심지어 육교도 무서워 하는지라 이런 뷰 맛집은 같이 와 볼 수 없는 곳이지만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가족들이랑 한가히 다녀와 보고싶은 거창 가조의 명소다.


주차장가기전 힐링센터의 조용한 산책로(치유의 숲)에서 혼자만의 레시피로 자유를 즐기면서 글을 마친다.


-소소한 행복 레시피-


햇살 한 큰술

바람 반 큰술

나무내음 작은술 하나..

이어폰에서 흘러 나오는 조용한 음악 한 꼬집을 넣어서

데크길위에 살며시 얹어본다

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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