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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소낙비 Mar 02. 2022

코쑤시개

다행히 음성이네요

요 며칠 미세먼지가 장난아니더니 목이 따끔거리고 콧물이 나오면서 몸이 찌부둥해지는 것이었다.

지난 토요일엔 갑자기 바람쐰다고 통영까지 달려 충무김밥, 3인용 자전거까지 탔더니 일요일 단식까지 계획은 엉망이 되었다.

월요일과 화요일까지 몸탓 날씨탓하며 아침 산책과 나만의 루틴을 지웠다.


몸상태가 영 개운찮다. 목도 아프고 코도 맹맹하고 결국 우리가족은 차례대로 코를 쑤셨지만 한줄자리 음성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그래도 영 찝찝함을 지울 수 없어 그냥 집에 죽치고 앉아서 글을 쓸까 책을 읽어볼까 하지만 머리도 띵하니 뭔가 집중하기 어려워 관뒀다.

겨우 한자 적어보는 것이 오랜만인 듯하다.


2020년 1월 6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심히 회의를 하던 기억이 떠오른다.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은 것은 며칠 전부터 시작된 목감기 증상 때문이었다. 중국직원을 새로 채용하고 중국시장에 대한 검토와 준비로 시간이 바빳던 그날도 몸은 영 좋지 않았고 1월 9일 귀국하고서 중국 춘절이 끝난 2월 초에 다시 만나기로 한 약속은 2년이 훌쩍 지났다.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로 세계인의 일상이 바뀌었다. 폭풍같았던 격리의 시간은 서서히 지나가고 있지만 선뜻 마음을 열고 예전처럼 치아를 드러내고 웃을 수 없는 좌절과 분노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비대면의 일상속에서 라이더의 초인종소리만이 삶을 깨우는 자명종처럼 시원한 공기를 가슴속에 마음껏 담아낼 수 있는 시간을 기다리고 있지만 봄철 미세먼지는 나의 콧구멍을 꽉 막아버려 머리가 답답해진다.


하루 확진자가 20만명을 넘어가고 이제 곧 대선을 앞둔 대한민국은 혼돈과 편가르기의 절정을 맞이하는 듯 보인다. 늘 그렇듯 제자리를 찾아 각자의 삶을 살아갈 것으로 믿는다. 당장은 나라가 사회가 나의 미래가 망할 듯 보였던 과거의 일들도 다 지나갔다. 힘은 들었지만 이겨내고 보면 감기를 앓은 듯 하다. 독감처럼 온 몸의 힘을 빼버려 비실비실거렸지만 휘청거리면서도 삶을 이어가다 보면 살아지다 보면 여전히 꿈을 꿀 수 있는 것처럼, 둘러보면 전쟁같은 일상이라 말버릇처럼 입에 담고 살아가지만 실제 전쟁상태에 있는 우크라이나에 비할 바는 아니다. 화약냄새와 피내음으로 소소한 일상과 사치스러운 생각은 사라진다. 포탄 떨어지는 전쟁이고 이웃과 가족의 죽음이고 무자비한 폭력앞에 생각할 겨를은 없다. 피하거나 맞서 싸우거나 죽거나 살거나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우리도 그렇게 되지마란 법은 없다.


코로나가 터지고 세상이 바뀌어 가고 나라가 어지러워지는 요즘 나의 머리도 감기기운에 어지럽다. 하지만 다시 정신을 차리고 일상으로 돌아가 나만의 삶을 이어가듯이 사회도 국가도 세상도 일상으로 돌아가 각자의 평화를 이어가길 기도해본다. 힘내라 우크라이나!!!


이제 곧 시작하는 8시 대선 토론회를 봐야겠다. 힘내라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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