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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소낙비 Feb 27. 2022

물론이죠(끝~~~)

눈물도 물이잖아요..

눈물이 많았다. 괜히 흘린 눈물도 많았고 외로움과 쓸쓸함에도 혼자 눈물을 삼켰다.


어린 시절 단칸방에서 아버지 등뒤에 누워 혼자 아버지가 떠나 버리면 어떻게 살까하는 두려움에 눈물을 흘렸는데 아버지는 떠나셨지만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괜히 쳐다만 봐도 눈물이 나던 시절이 있었다. 그렇다고 아버지가 무섭거나 내가 쫄아서 그런 것도 아니었는데 그런것도 닮나보다…딸들도 눈물이 많다.

딸애들이 어릴 때 영화관에 간혹 갔었다. 주로 애들이 좋아하던 애니메이션이었고 재미를 위해서 보기 시작했던 영화의 결말쯤은 이상하게 눈물로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았다. 둘째 녀석은 꼭 그런 나를 쳐다보고선 한 마디한다. “아빠 울어?”


그리고 보면 쪽팔리는 이야기지만, 어릴 때 콧물도 많았다. 누런 콧물을 달고 살았던 나와 같은 아이들은 당시 국민학교 입학식때 수건을 달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변변한 손수건 하나 없던 어린 시절 손등과 소매의 반지르한 콧물자욱이 생각난다. 알러지성 비염과 추운 계절 따스한 국밥 한그릇에 자연히 흐르는 콧물을 아내가 챙겨주는 고이 접은 손수건에 훔쳐보며 삶의 윤기를 느낀다. “마눌 나 코 푼거 아니야.”


글을 쓰면서 새삼 나의 어린 시절을 떠 올리고 감정을 불러오면서 뭔가 풍성해 지는 것을 느낀다.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사소한 일에도 감정을 담아보고 상상을 붙여보는 일들이 아직까지는 유효하다. 지난 몇 편의 물이야기와 소소한 일상, 감정에 대한 글로 짧은 2월을 보냈다. 꽃 피는 봄이 오면 더욱 더 가볍지만 적당한 한 끼 식사같은 글감으로 이어보고 싶다. 쓰고 싶은 글이 있지만 참는다. 잘 쓸 자신이 아직 없다. 그냥 막연한 생각에 머무르는 장황한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쓸 자신이 없다. 그게 필력일 것이다.


생각보다 글쓰고 고민하고 자료를 모으고 자연스럽게 써내려가는 것은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하지만 게으르다. 젠장


더 고민하고 더 생각하고 더 다듬어서 묵은 된장같은 깊은 맛이 나는 글을 써 보고 싶은 가볍디 가벼운 인스턴트같은 초보다. 마음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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