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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소낙비 Mar 20. 2022

밥 한 번 먹자

밥, 세번째 이야기

밥 한 번 먹자의 그 언제는 언제인지 알 수 없다. 언제 밥 한 번 먹자나 얼굴 한 번 보자는 둥 술 한 잔 하자는 말에 언제가 붙으면 그냥 예의상이거나 어색한 마무리의 끝을 얼버무리기 위해 덧붙이는 말이기 때문일 것이다.


밥을 먹는 것으로 연애도 하고 식탁에 모여 같이 웃으며 여행속 맛집을 찾아 다니는 추억과 기대로 여전히 밥과 식사는 교감의 중요한 매개로서 ‘뭐 맛난 거 있나’라며 인터넷에 검색도 해보고 맛집카페를 기웃거리기도 하는 나에게 3월은 잔인하고 힘빠지는 시간들이었고 현재 진행형이기도 하다.


어릴 때 생각했던 50대는 아주 늙은 아저씨였다면 나에게 주어진 50이란 숫자는 참 이상하고 힘들다. 물리적인 나이로서의 힘듦도 물론 생기겠지만 나를 생각하고 가족을 생각하면 결국 그 생각은 나라의 미래까지도 생각하게 되는 나름의 책임있는 나이이고 위치이며 삶의 반환점을 돌아선 여유와 성찰로서 이유없는 분노로만 세상을 바라봤던 20대 시절의 시기를 설명해줘야하는 의무감이 있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설명충이고 꼰대가 되어버린 세대간의 갈등과 젠더 갈등, 이념의 갈등속에 나는 허탈해졌고 잠시 머리가 어지러워졌다. 힘도 약간 빠졌다. 그래서 글도 힘이 빠진 듯 하다. 퇴고가 귀찮다. 젠장.


한 번도 겪어 보지 못한 건 누구나 마찬가지다. 나쁜 의미든 좋은 의미든 우리는 유래없는 발전속에 뭐가 중요한 것인지를 생각할 겨를 없이 달리는 듯하여 브런치에 글을 올리며 ‘개인의 건강과 행복’에서 부터 삶의 시작과 균형을 맞추는 노력을 강조하고 싶었고 개인의 단단한 기준위에 가족과 사회가 건강하고 대화속 교감을 찾아 갈 수 있으리라는 순진한 생각과 3월과 4월, 꽃 피는 봄이 오면 우리는 더욱 더 밝고 따스한 봄 바람을 느낄 수 있으리라는 개인적 희망을 밥이야기와 가끔의 출장에서 생기는 맛집투어로 올릴 생각이었다. 하지만…


빨리 3월이, 봄이 지나가길 바란다. 우크라이나전쟁으로 유럽회사의 상황이 좀 복잡해지고 물류상황과 원자재값이 올라가고 오미크론은 정점을 알 수 없는 스텔스라는 이름으로 갱신되고 끝도 보이지 않는 마스크속 갑갑함처럼 부글부글거리지만 대선의 결과지를 받아 들고서 어떻게든 평온한 웃음으로 50대의 나이에 맞게 상황을 이해하려고 하는 내적 부조리상태에서 어제는 바람이라도 쐴 겸 가족들이랑 쇼핑을 다녀왔다. 돈 쓰는 재미가 솔솔찮다. 나만 빼고^^

‘8 세컨즈’

백화점 내의 다이소같은 느낌.

하지만 두 딸들에게나 젊은 세대들에겐 ‘ZARA’나 ‘H&M’처럼 옷을 고르고 입어보는 긴 줄의 피팅룸이 있는 익숙한 장소이고 연인들이 찾아와 서로의 옷을 골라주며 웃는 가벼운 장소라면 같이 쇼핑하면서 즐겁기도 하지만 운동보다는 여전히 힘들어 잠시의 시간에도 앉을 곳을 찾는 나의 눈에 들어온 것은 남자를 고치는 곳(Men Fitting Room)이었다. ‘누가 날 좀 고쳐줘 제발…내 마음 나도 모르는 갱놈기의 50대를…’ 웃자고 해본 소리니 태클은 사양한다^^


여전히 일상은 반복되고 삶은 지속되고 정치야 어떻든 나의 이야기는 계속 될 것이다. 잠시 지치고 어지럽고 힘이 빠지는 상황은 언제든 반복되겠지만 여전히 밥을 먹고 웃으며 소소한 행복을 찾고 다시 싸우며 서로의 감정을 살피는 여정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일요일 오전, 어제부터 글을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며 올릴지 말지를 고민하며 하루를 또 어떻게 보낼까 생각하는 나에게 근사한 밥 한그릇 사주고 싶다.


“밥 먹고 힘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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