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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소낙비 Apr 17. 2022

밥만 먹고 살 수 있나?

밥, 일곱번째 이야기

딸의 대학생활이 시작되면서 자연스런 가족붕괴가 일어나고 있다. 지금까지 가족중심의 생활에서 활발한 대외활동과 더불어  엄마가 전화하는 것도 싫어하는 자칭 독립적 이대녀가 되어가고 있는 새내기 대학생이다. 시력이 나빠 지금까지 끼던 두꺼운 안경을 벗어던지고 렌즈로 나름 멋을 내기 시작하더니 몸매와 옷태를 신경쓰느라 밥양과 식사조절에 상당히 민감한 모습이 좋아하는 선배가 생긴게 분명하다. 밥에 목숨걸던 나의 첫째 딸이 아닌게다.


품안의 자식이라 했나? 이제 날개를 펼치고 훌훌 날아 자기만의 세상으로 날아갈 준비를 하는 어린 새마냥 세상이 두렵기보단 호기심과 즐거움으로 한 발 한 발 내딛는 모습과 과제나 첫 시험준비로 밤을 새어가며 열심히인 모습이 대견하기까지 하다. 뭐든 나름 열심히 하고 열정을 가지고 세상을 대하는 모습은 나보다 훨씬 나은 자세이며 내가 받아 보지 못했던 엄마의 따스한 밥상과 정성을 바탕으로 사랑과 긍정으로 세상에 한걸음 내딛고 최선을 다하는 딸에게 박수를 보낸다. 니가 나보다 훨 낫다.


이제 막 시작인지라 결국 부딪히고 깨지고 울어가며 세상을 배울 것이다. 세상이 그렇게 가정에서의 따스한 밥과 정성스런 반찬이 차려진 엄마의 손맛처럼 정성으로 가득차 있거나 아빠의 잔소리속에 묻어있는 사랑처럼 똑같이 자기를 위해주거나 걱정해주지 않는다는 걸 언젠가는 느끼게 될 것이다. 그리고 자기를 위해주고 자기가 챙겨주고 싶은 상대를 만나면 또 헤어짐을 아쉬워하며 같이 있는 시간을 지속하기 위해 보금자리도 만들어 새로운 생명체를 만들며 세대를 이어나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인생은 또 다른 인생의 시작을 만들어 내며 이야기를 이어가게 되는 것이다.


성인이 되면서 홀짝거리며 소줏잔을 기울기고 맥주  잔을 부딪히며 오늘의 열정을 불태우고 어제의 아쉬움을 씻어내며 살아갈 것이다.   잔에 친구가 되고   잔에 근심거리를 나누며 세상을 배우고 세상을 알아가는 시기엔 밥보단 술이다. 반찬보단 안주다. 의 이십대보다 주량이  20 딸이다. 나의 기억엔 소주  잔에 헤롱거리고 나름 많이 마신날은 안주거리를 바닥에 확인해가며 친구들이라 불렸던 사람들과 나름 치열하게 고민거리를 나누고 세상의 앞날은 혼자  짊어진듯 목소리를 높이기도 하고 젊은 날의 낭만을 노래부르기도 했던 나보다 지금의 딸은 훨씬  세련되고 쿨하다. 친구사이나 대학생활도 훨씬 즐거워 보이고 활기차다. 보람있다.


이제 시작인 딸을 보면서 격려와 응원을 보내지만 결국 돌아돌아보면 가족이다. 집밥이다. 마음의 안식처인 것이다. 그걸 그렇게도 알아내고 찾아내느라 세상끝까지 걸어봐야 하고 세상사람들을 만나며 술잔을 나눠봐야 하는 것이다. 밥만 먹고 살수 없을거 같아서 밥말고 딴 걸 매일 먹어보거나 밥아닌 다른 걸 찾아다닌 세월 끝에 다시 조용히 집으로 들어와 아내가 차려주는, 엄마가 챙겨주는 따스한 밥 한 공기에 눈물을 쏟는게 인생인 것은 살아봐야 아는 것이라..응원한다. 나의 사랑하는 딸.


“내가 애예요?”

“그래 애지 평생 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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