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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소낙비 Apr 24. 2022

밥, 지겹다

밥, 마지막이야기(8)

‘고마해라, 마이 뭇다 아이가’

인생의 대부분을 자거나 먹거나 쓸데없는 고민으로 채운다면 지나친 과장일까?

자기의 성취욕이나 발전을 위한 노력, 인류애나 보편적 양심을 위한 숭고한 사랑과 희생…뭐 이런 거창한 일들을 계획하고 작정해서 인생을 살아가는 이들은 내 주위엔 거의 없다. 나부터 그런 인간이 아닌데 어찌 초록이 동색이라고 주위에 그런 사람들이 있겠는가 마는 소소한 행복과 가정에 대한 나름의 희생, 가족으로서의 의무와 책임으로도 한평생을 의미있게 보내기엔 벅차다. 제한된 시간과 제한된 에너지의 적절한 분배로 나와 나를 둘러싼 모든 사람들이 행복한 세상은 유토피아 그 자체일뿐 어디엔가 불공정하고 불편하며 이기적이어야 하는 2022년을 살아가는 소시민으로서 일상의 반복되는 지루함을 사랑하고 또 그 지루한 일상속에서 소소한 즐거움을 찾기위한 최소한의 노력으로 인생을 어떻다느니 하는 것은 사치에 불과할 뿐이다. 그냥 나름의 소회를 조금씩 적어보는 브런치에 감당하기 힘든 주제와 설명은 처음부터도 계획에 없었다.


그렇게 3월과 4월은 밥이야기를 주로 간단하지만 나름 의미가 있을만한 이야기를 이어간다고 하지만 밥이야기도, 매일 먹는 밥도 가끔은 지겹다. 그래도 출장길에 몇 가지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를 사진과 함께 올려 ‘브런치 인기글’에도 들어가보는 영광을 누린 봄날이었다. 하지만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많이 읽어준다고 나의 이야기가 더 발전할 가능성은 당장엔 없는 것이 겨울철을 지나면서 활동의 계절이 시작되고 사색보단 운동으로 여가의 시간을 보내면서 철따라 나름의 취미생활이 바뀌는 것은 당연하다는 어느 책의 귀절처럼 나도 나름 이제 글쓰기를 시작하면서 기존의 운동과 가족과의 시간속에 적절한 에너지의 배분으로 중용을 지키는 삶을 살고 있다고 자평한다. 나름 괜찮은 핑계다.


유년시절에 비하면 풍족하기 이를데 없는 지금의 삶을 즐긴다. 좋은 차와 좋은 집, 빵빵한 통장잔고는 없지만 한끼 배부른 집밥으로도 만족하는 나에게 아내의 정성스런 밥과 반찬은 언제나 만찬이고 맛있다. 음식솜씨가 좋기도 하지만 지금까지 20년넘게 한 여자에게 길들여져 온 입맛이라 불만은 없다. 아니 불만을 제기하기엔 때가 늦었다. 그런 맛있는 집밥을 아내와 아이들은 가끔 지겨워 한다. 밥만 먹고 살 수 없다고 가끔의 외식과 배달음식으로 MSG를 쳐 보지만 결국엔 다시 집밥이다.


삶은 평범하다. 위대한 인간도 평범한 일상속에서 살아가고 죽어간다. 하물며 우리같은 우주속 먼지같은 존재에게 특별함이라 바로 지극히 평범한 일상속에 매일 떠오르는 태양과 매일 같이 먹는 밥이며 식사인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래서 그게 특별한지 모르고 특별한 걸 찾으려 남들보다 훨씬의 성공과 위치라고 우겨봐야 하루 10끼 아니 5끼의 식사도 제대로 먹어내기 힘들다. 밥이 지겹고 일상이 지겨운 것은 그게 특별한 식사이고 특별한 일상인 줄 모르기 때문일 것이다.


토요일엔 모처럼 장모님댁에서 아점과 저녁을 맛나게 먹고 집으로 돌아왔다. 모처럼이라고 하는 것은 손수 이름도 모르는 꾸덕하게 말린 생선조림(feat by 무)과 제육볶음을 준비하셔서 배부른 점심 후 나른한 오후의 낮잠이 진짜 맛났다. 소파에 누워 내가 코를 곤다는 사실을 느껴가면서 잠에 빠져 들어가는 일상의 평안함과 행복이란 이런 것이다. 일상이 행복한 나는 진짜 아내가 해주는 매일의 집밥이 맛있다. 그래도 가끔은 쫄면에 돈까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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