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름소낙비 May 01. 2022

화낸거 아니라니까

분노, 열정 그리고 에너지(1)

그렇다. 뭔 이야기만 목소리가 조금 높아지면 화를 낸걸로 간주한다. 그렇다고 화를 안냈다고 우기기엔 목소리속에 약간의 분노와 짜증지수가 섞여있음을 얼굴에서 속이기 어려운걸 나만 모르는 것이다.


화를 낼 일도 아닌 사소한 것에 갑자기 목소리가 높아지고 감정이 격앙되는 것은 지난 몇 번의 인내속에서 쌓여온 나만의 감정적립금이 만기가 되는 순간인 것이고, 화를 내고서도 화를 내지 않았다고 우기는 것은 화를 낼 시점의 타이밍을 제대로 잡지 못했거나 화를 내봐야 나만 손해인 경우 급격히 목소리를 줄이면서 다시 한번 속으로 신세한탄을 하는 소심 50대이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이런 의견에 마누라는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지하고 싶은 대로 사는 인간이 무슨 소심이나고 ㅎ


우리가족은 모두 먹는 걸 좋아한다. 그리고 분노지수도 상당히 높은 편이고 목소리도 나와 첫째 딸래미는 크고 히스테릭하다. 그 역시 첫째 딸래미는 동의하지 않을 수 도 있지만 75프로의 찬성임으로 우겨봐야 별 소용없다. 먹고 싸고 먹고 싸우고 먹으며 화해하는 탱탱볼같은 가족이지만 비실비실 흐물흐물하게 사는 것보다 훨씬 활기차고 밝고 머리 아프다.?


좁은 공간에서 부대끼고 사는 가족구성원들의 몸속에 에너지가 많다는 것은 발산의 방향과 각도조절이 잘못되는 순간 집안은 전쟁터가 되고 폭탄(막말)이 난무하고 매캐한 화약냄새(싸늘한 눈초리)가 자욱해진다. 이윽고 피를 흘리고 쓰러져 있는 전우를 팽개치고 각자의 공간에서 참회를 가장한 재장전의 시간속에 정적은 흐른다. 이대로 전쟁을 마무리할 것인가는 나머지 남겨진 가족구성원들의 노력으로 때론 부부싸움이 아니면 자매싸움 혹은 부녀싸움과 모녀싸움이 진실된 마무리가 아닌 급포장된 거짓웃음으로 악수를 나누며 다음의 전쟁을 준비하는 마음속 ‘두고 보라지’하는 눈초리를 읽으며 평화로운 가족으로 돌아간다.

이렇게 싸우다보니 정도 들고 요령도 생겨 이제는 서로에게 크게 생채기를 내고 마음에 지워지지 않을 쓰라린 상처를 남기는 일들은 많이 줄어 들어 가끔은 일부러라도 싸우길 바래지는 것은 먹는 것이 에너지요 에너지가 분노이지만 분노도 잘 조절하면 삶의 원동력이자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싸움의 기술은 연마하는 관계의 윤활유이기 때문일 것이다.


화를 낸다는 것은 결국 상대에 대한 관심이다. 애증의 관계속에서 피어나는 빨간 장미꽃이다.

단 장미꽃속에 숨겨진 가시를 잘 관리하면 예쁜 꽃송이를 꽃병에 꽃아두고 며칠을 즐겁게 보낼 수 있는 것이다.


5월, 평화롭지만 지갑이 가벼워지는 가정의 달이자 더위가 시작되는 열에너지가 쌓이는 시기에 <화와 에너지, 분노와 삶>에 대한 짦은 이야기로 브런치를 채우려 한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난 화가 많은 사람이 아니다. 순하다. 그냥 목소리가 조금 클 뿐…

작가의 이전글 밥, 지겹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