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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우 황 Oct 02. 2022

가을 남자

귀엽다니까요...진짜

쓸쓸함은 낙엽과 함께 불현듯 찾아온다.


가끔 출장길에 외진 국도변 가로수 낙엽이 떨어질 때 혼자 차안에서 궁상을 떨어본다. 언젠가부터 가을의 스산한 바람이 차창을 스치며 앙상해져가는 가로수의 흑백같은 느낌이 중년의 나이를 먹어가는 남자의 쓸쓸함 같아 가슴이 먹먹해지고 때마침 흘러나오는 김광석의 구슬픈 노래 한 토막이 애절함을 더할 때 궁상은 극에 달해 지랄맞아 진다. 젠장, 가을이 빨리 지나가길 바란다. 그렇지만 매년 가을은 어김없이 찾아오고 또 쓸쓸해진다.


나이가 먹어가면서 좋아지는 것도 많지만 센치해지는 감정과 조울에 가까운 갱놈기의 분노조절장애는 앙상해지고 더이상 떨궈뜨릴 낙엽이 없어져 힘을 다하게 되면 멈춰질라나...

철들자 죽음이라는 남자들의 슬픈 말로를 누구나가 그렇듯 세상의 이치를 머리로 깨닫고 몸은 딴 판일때 괴리의 간극은 더 극에 달한다. 차라리 모르고 가만있으면 중간이라도 갈 것을 나이가 먹으면 아는 척 하고 싶어 입이 잠시도 닫혀있질 않으니 궁핍해진 지갑을 열어야 별 소용없는 짓이다.


"그래도 자기는 귀염상이야"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가을을 잘 타는 나는 가을남자(추남)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거울 앞에선 언제나 당당하다. 뭐 얼굴 뜯어먹고 살 것도 아니고 이번생은 어차피 잘생기게 태어나지도 않았고 다음생을 기대해 보기도 어려운 업보의 굴레속에 그냥 막굴리면서 살다보니 마누라의 원성이 자자하다. 얼굴에 선크림이라도 바르고 다니라고 옷빨 안받는다고..젠장, 뭐 얼굴이 희면 뭐 달라지것냐?


그렇다, 그냥 가을이야기하다가 신세한탄으로 넘어가게 되었지만 센치해지는 가을날씨에 생긴걸로 태클걸고 싶지 않다. 날 꼭 닮은 첫째녀석도 씩씩하게 잘살고 있으니 말이다.

힘내게 박카스라도 한 병 사줘야겠다.


힘내...아빠도 잘살고 있어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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