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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우 황 Sep 25. 2022

가을여행 2

이거슨 아니지~~~

"글이 넘 짧다."

악플이다.

"글이 쓰기 싫냐?"

악담이다.


뭐 길게 쓸것도 쓰기도 싫지만, 돈 들인거에 비해 output이 너무 성의없어 보인다는 고객의 성화에 우리가족 가을여행을 두편으로 늘렸다.


"너처럼 히트곡이 많은 가수가 나오면 2주분량 녹화로 한 주는 쉴 수 있단말야~~~이 녀석아~~'

성시경의 먹을텐데에 나온 신동엽의 하소연과 푸념처럼 최소 2주는 울궈먹을 수 있을 정도의 여행경비와 에피소드에 비해 나의 짧디 짧은 브런치 한편으로 퉁치기엔 역시 무리다.


하지만 언젠부턴가 우리가족의 여행은 참 여유로워졌다. 시간에 쫒기어 뭔가를 부지런히 해야한다는 건 없다. 물론 체크아웃시간까지 빠듯하게 이것저것 챙기느라 바쁜거 빼고는 그냥 뒹굴뒹굴이 기본이다. 대만에서도, 태국에서도, 일본에서도 국내여행에서도 우리는 그렇게 시간만나면 호텔로 들어와 뒹굴거렸다...자유여행의 자유로움이다.

아주 호화로운 호텔들은 아니었지만 왜 굳이 그 비싼 숙소들을 잡아놓고 하숙집 눈치보듯 잠만자고 쌩하니 다니는게 과연 즐거운 여행인가라는 어디에선가 본듯한 글귀에 진심 동감이다. 여행의 기본은 잘자고 잘먹고 잘쉬고 잘다니는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의 신혼여행도 그렇게 둘만의 자유시간보내기였다. 몰디브에서 둘만의 물놀이를 실컷 즐기다온 거에 비하면 당시 대부분의 패키지 신혼여행은 6시출발 10시도착의 강행군들로 짜여진 반강제적인 쇼핑반 관광반이었다면, 우리의 참 할일없었던 빈둥거림의 쉼표같았던 신혼여행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참 좋았었고 그립다. 그렇게 우리가족의 모든 여행은 자유여행이었고, 지금도 그렇게 자유롭고 빈둥거림을 모토로 다 큰애들을 차에 태우고 다닌다.


전라도 광주, 부산에서 생각보다 멀기도 하고 잘 가지지 않는 관광지라기보다는 그냥 대도시인 광주를 왜 가게 되었냐고?

지금이야 전국이 체인점화되고 음식의 평준화와 교통의 편리함으로 왠만한 맛집과 맛난 레시피들이 넘쳐나고 굳이 전라도 한정식을 찾지 않더라도 미식을 채우기 충분하리라 생각하지만 그래도 맛하면 전라도 아닌가? 우리는 이미 전주에서 여러가지 정갈스러움을 맛본터라 다시 한번 전남 맛의 메카, 민주의 성지, 호텔의 가성비들을 감안해 이번 여행의 목적지로 정했다.

목표는 거창했지만, 결국 호캉스였다.


광주까지는 추석연휴가 짧은 이유로 부산에서 출발하고 제법 정체가 심했고, 집에서 나서기전에 부랴부랴 챙겨먹었던 아침으론 늦은 시간까지 점심을 미루고 광주까지 가기엔 차내 승객들의 성화가 절정에 달했던 그때 우리는 담양 '앞집 떡갈비국수'에 내렸고 맛집답게 늦은 시각에도 제법의 웨이팅을 감수하고 평양냉면과 비빔국수, 떡갈비국수와 별도의 떡갈비를 시켜 서로의 눈을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여가며 나름 만족의 표시를 무언으로 전하고 허겁지겁 점심을 흡수했다. 반찬도 깔끔했고 결재도 깔끔하게 89,000원, 서빙도 친절없이 사무적으로 깔끔했다. 뭐 맛만 좋으면 땡이지...


호텔에 체크인을 하고선 늦은 저녁을 위해 광주에서 요근래 유명해진 메뉴인 육전집을 찾아 나섰고, 별로였다. 맛은 있었지만 가성비라곤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번 여행에서의 유일한 옥의 티였지만 막걸리의 술김에 넘어갔다. 또 술김에 코인노래방에서 10곡으로 재미난 시간을 보냈다. 확실히 젊은 놈들이 노래를 잘하는 구만, 오랜 운전에 피곤했던터라 꿀잠을 잤다.


호텔조식보단 수영장에서 물놀이를 하고 점심을 호텔뷔페로 먹기로 하고 예전부터 광주쪽 출장에 가끔 들렀던 유명한 나주곰탕 하얀집을 향했지만 왜 슬픈 예감은 틀린적이 없던가...휴무다. 분명 네이버검색에서는 영업중이었는데, 젠장. 하지만 전화위복이라 했던가 둘째녀석의 검색과 전화를 통해 겨우 찾아낸 '사매기 나주곰탕'은 고기탕집이었다. 쓸데있네. 토렴을 통해 말아져나온 곰탕그릇을 보고 양이 적은데 했던 우리가족의 우려와 달리 육향가득한 고기덩어리들이 먹어도 먹어도 끝이 없었던 가성비의 맛집이었다. 물론 깍두기도 찰떡궁합이었고, 나름 가격도 착했던 추석당일의 행운이었던 아침식사를 마치고 우리는 수영복을 갈아입고 좁은 수영장에서 물장구로 배를 전투적으로 비워야 했다. 55,000원짜리 중식뷔페를 맛보기 위해 억지로 다리를 더 힘차게 움직이며 물속에서 허우적거렸다. 30여년전 해군훈련소에서 전투수영을 해보곤 수영장엔 처음 가본 것같다.

뷔페갈땐 넉넉한 티셔츠를 입고 갔어야 했는데, 타이트한 남방을 입고 간거부터가 잘못된거다. 숨을 못쉴뻔 했다.

그래도 나름 구색을 갖춘 뷔페라 사람들이 미어 터진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추석연휴를 차례보단 여행과 외식으로 보내는 사람들도 제법 많아졌고 별로 이상하게 보이지 않는 일상로 받아들이는 우리 가족도 나름 문화얼리어답타다. 조상님 쏘리~~~


저녁엔 근처 볼링장에서 가족대항배 2게임의 볼링과 근처 산책, 보름달구경으로 당이 떨어지기 시작했던 그 시점, 인터넷을 통해 미리 검색해 놓았던 맛집이 눈앞에 딱. 역시 난 최고의 가이드라고..ㅎ

'깨비옥'에서의 수육은 정말 훌륭했다. 육사시미는 조금 미흡했지만, 칼칼한 양곰탕은 막걸리와 제법 잘 어울리는 해장술국이었고 친절함이 또 다른 안주였던 깔끔한 저녁을 먹고...호텔로 돌아오는 길...달구경으로 하루를 마무리했다. 실갱이하느라 소원을 날렸다, 젠장.


12시 체크아웃에 맞춰, 아침엔 알뜰하게 수영도 하고 헬스도 하고 등등...오는 길에 들렀던 순창 능이버섯고기국수는...다음엔 굳이 찾아가지 않아도 될거 같다. ㅎ

장모님에게 들러 하룻밤을 자고, 집으로 돌아온 것까지 진짜 후다닥 3박4일이 지나갔고 광주를 갔다오긴 했지만 광주에서 둘러본 거 없었던 '오며가며 가을여행'이었다.


여행이 뭐 별거있나, 가족이랑 맛난거 먹고 즐겁게 시간보내고 다음에 또 가자고 하면 성공이지...


마눌, 이제 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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