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떠나는 여행을 좋아라 합니다.
하지만,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맞추고 장소를 정하고 가야할 곳들을 미리 알아보기 위해서는 갑작스런 여행은 참 힘들게 되죠. 아님 갔다와서도 뒤통수가 시큰거리는 볼짱사나운 가장이 될테니까요.
첫째는 이제 대학생활로 바쁘고, 둘째 고딩은 집에서 뒹굴거리는 것을 좋아라 하는지라 애들이 커가면서 가끔의 일탈같은 여행을 떠나기로 마음먹고 있던 차에 마누라의 생일을 기념해 평일 여행을 감행하기로 합니다.
갑자기 계획을 세우고 스마트폰을 뒤적거리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떠나는 거죠.
아직 아침에 깨워야 하고, 학교는 늦어도 아침밥은 꼭 챙겨먹어야 하는 애들을 놔두고 평일에 여행을 간다는 것은 와이프입장에서 깨름직한 일일수도 있지만, 언제까지 깨우고 챙겨주는 일상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우리가 자주 자리를 비워야 한다는게 저의 생각이었습니다.
사실, 부모가 없다고 세상이 멈추는 것도 아닙니다. 당장은 가족으로 살아가다가 누가 잠깐이라도 없어지면 허전하고 필요할 경우가 생기겠지만, 마치 직장에서의 우리들처럼 '내가 없으면 이 회사 잘돌아가나 보자'하는 사람일 수록 없으면 잘되는 경우가 많다죠...그렇습니다. 부모도 곁에서 챙겨주면 당연하게 받아들여 손도 까딱 안하지만 없어지면 움직이고 알아서 챙겨 먹게 되고, 이내 그게 더 편하게 되는게 세상이치 아니겠습니까.
그렇게 우리는 평일 여행을 떠나기 위해 비행기표와 숙소를 예약하고 떠날 준비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뭘 먹을까?
어디를 둘러볼까?
뭐, 새롭고 재미난 일이 있을까?
항상 고민이죠.
행복한 고민입니다. 여행지에 대한 정보를 알아보고 동선을 생각하고 가성비까지 따져가며 음식점과 여러 옵션에 대한 생각들로 머리가 복잡하지만 떠나고 도착하고 돌아다니고 느끼다보면 생각과 달리 계획은 변경되고 또 다른 옵션으로 일정을 채우게 되지만 그것도 나름의 묘미죠.
그렇게 우리는 다음주 평일여행을 떠납니다. 애들을 놔두고 둘이 국내로 떠나는 것은 처음인 듯 합니다.
코로나 팬데믹이후 처음으로 뱅기도 타게 되는 것이기도 하고,
글을 쓰다보니 더 야릇하고 새로운 기분이 드네요.
"아빠, 뭐 둘이 가서 늦둥이라도 만들라고 그카나?"
둘째의 외침을 뒤로하고 우린 떠나기로 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