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은 나를 보고 웃었다.

by 아빠의 우주

대통령이 파면됐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오자

뉴스는 멈추지 않고 속보를 쏟아냈고,

인터넷은 뜨겁게 뒤집혔다.


누군가는 기뻐했고,

누군가는 분노했다.

누군가는 그저 멍하니 휴대폰을 내려놨다.


나는 기저귀를 갈았다.


TV에서는 ‘탄핵 인용’이라는 자막이 떴고,

현장은 아수라장이 되어가고 있었지만,

우리 집 거실은 여전히 조용했다.


아내는 피곤한 눈으로 날 바라봤고,

나는 분유를 데우고 있었다.


그리고

딸은 나를 보고 웃었다.


그 순간, 이상하게 가슴이 저릿했다.

거리에선 찬반이 나뉘어 나라가 반이 갈라졌는데

딸은 내 얼굴을 보고 방긋 웃었다.


내가 지켜야 할 게 무엇인지,

그 짧은 웃음 하나로 다 말해주는 것 같았다.


나는 정치에 대해 잘 모르지만

오늘이 대한민국의 앞으로의 운명이 결정될 것이라는

것쯤은 안다.


그리고 난 오늘도 가족을 지키려고

무너지지 않게 애쓰는

한 사람의 아빠일 뿐이다.


뉴스는 시끄럽고,

거리의 소리는 험악했지만,


우리 집 하루는 계속된다.

조용히, 무겁게, 그러나 단단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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