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벼이다
따로 씨가 뿌려져 따로 뿌리를 내다
논에 옮겨 심어진다
그런 뿌리는 태생이 어질지 못하다
비가 많이 오면 바람이 많이 불면
그렇다고
비가 안 오면 바람이 불지 않는다면
쓰러지거나 메마르거나 병든다
그런
벼에게
나에게
너는 왜 버티지 못하니 저 산의 높은 소나무처럼
너는 왜 열매가 달지 못하니 저 밭의 배나무처럼
이런 채근을 한다면 뭐라 답을 해야 할까
내가 어질지 못해서? 내가 약해 빠져서?
나는 벼이다
그들과는 다른
나는 벼이다
그들보다 못한 게 아니라
나는 벼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어르고 달래주고 넘어지면 일으켜 세워주고
항상 옆에서 보살핌을 받아야 열매를 맺는
나는 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