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해도, 뭘 하지 않아도 불안함이 나를 잠식한다.

살아보자. 오늘 난 나를 끌어안아주었다.

by 은유

집을 짓고 우울증 검사를 하러갔을 때 선생님이 내게 말했다.

"불안도가 상당히 높아서 이 부분도 약을 처방받아야 할 것 같아요"

나는 조심스레 되물었다.

"전 어릴적부터 그랬는데, 다른 사람은 안그런가요?"

아니라고 단호히 말씀하셨다. 내가 너무 높은거라셨다.


그동안 나는 그게 나인줄 알고 살았다.

몰랐던 것이다. 내가 불안 속에 살고 있었단 걸.


혼자 있는 시간을 오롯이 편하게 즐기지 못하고, 무언가 해야하는데 하기는 싫고

그렇다고 마냥 멍하니 있거나 놀면 왠지 뭔가 뒤쳐지는것 같고~~


바지런하게 움직이지 않는 스타일이기도 해서

그렇게 불안의 생각 끄트머리에만 매달려 시간들을 흘려보냈다.


나의 바램과 달리, 나의 가는 길은 그다지 평탄하게 성공의 길을 따라 간적이 없었다.

그래서 더욱 내 자신을 실패자라 말은 하진 않았지만, 속으론 그렇게 단정짓고,

쉬는 시간마저도 오롯이 편하게 쉬질 못하게 혼돈의 카오스 속으로 스스로를 밀어넣었다.




요즘 여러 어려움이 겹치면서 나의 불안도는 더 높아졌다.

얼마전, adhd약을 받으러 갔을 때, 선생님이 우울증이 찾아온 것 같다면서 걱정어린 시선으로 쳐다보셨다.

몇 가지 체크리스트를 했고, 역시나 우울증이 다시 왔다면서 약을 처방해주셨다.


그래도 선생님 말처럼 소량의 약처방에도 상당한 효과를 보는 사람인지라,

약을 먹은 다음부터는 조금은 나아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디스크로 수술을 받고, 지금은 잠시 쉬고 있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니 더욱 생각에 생각이 더해져서

불안한 그 세계로 잘 빠져드는 걸지도 모르겠다.


잠식당한다는 말이 있는데,

긍적적인 의미로 잠식당하다라는 말이 쓰이진 않는다.

무언간에 잠식된다는 건 썩 좋은 기분도 아니다.




오늘 내가 좋아하는 동생을 만났다.

내 얘기를 잘 들어줘서 그 친구앞에선 조잘조잘 참새처럼 떠들어대는 나인데

정말 신기하게도, 만나서 얼굴을 보니 약간의 기분이 올라온 듯 조잘거림을 시작했다.


그런데 문득 그런 말을 한다.

언니 근데 그거 알아? 평상시에 언니한테 전화하면, 목소리에 기운이 없어서

무슨일 있나 하고 걱정될 때가 많았어."


흠짓 놀랐다. 내가? 너한테?

난 그 친구를 좋아했기에, 그 친구 이름이 뜨면 좋아서 받곤했다.

누구보다도 밝게 전화받은 것 같은데 그렇지 않았다고 한다.


난 메타인지가 잘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것도 착각이었나보다.

이 친구가 느낄 정도였다면, 다른 사람들은 나를 어떻게 느꼈을까?






선생님께 그렇게 물었다.

선생님 갑자기 우울증이 왜 왔을까요? 저 3주전에 왔을 때 괜찮았거든요.

"갑자기 온게 아니에요. 조금씩 쌓이고 있던 게, 이제 밖으로 표출됐을 뿐이에요"


쌓이고 있던 그 감정들, 내재된 불안함이 그렇게

통화 너머로도 들렸던 모양이다. 평상 시 괜찮았다고 했던 날들 속에서도

불안감은 조금씩 쌓여가고 있었다.




mbti나 적성검사를 하면, 늘 높았던게 예술적인 기질이였다.

그래서 스스로 내게 말해줬다.

예술적 기질이 많은 사람은 감수성이 풍부하고 예민하고 섬세하다라고~


어릴적엔, 나의 성향을 탓하기만 했는데, 어른이 되고 나서,

그런 나를 이해하려 하고 보호해주려 애를 쓰고 있다.

그래서 그런 대화를 나누곤 하면, 그건 예술적 기질이 있어서 그런다고 얘기하곤한다.

그렇게 나 자신에게도 동시에 말을 해준다. 위로를 건네면서~




오늘은 나의 불안함을 잠재우려 글을 쓰고 있다.

구름처럼 떠다니는 나의 감정과 생각을 정리하면 좋다고

언젠가 선생님이 얘기하셨던 기억이 났다.


불안함에 잠식되지 않으려한다.

나를 붙잡아주고, 꺼내주고

끌어당겨 안아주려고 한다.



누구도 나를 완전히 지켜주진 못하지만,

나 자신만은 내가 꼭 안아주기로~


살아보자.

오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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