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구향순
어디선가 바람 냄새가 났다
어느 도시의 뒷골목 서성이다
은빛 억새 능선 넘어왔는지
번지는 낯익은 설렘
굽이치는 강물에 마음 띄우고
먼 바다까지 갈 요량이면
밤의 경계를 넘어
혼자 환한 달빛 벗 삼아
길 떠나야 한다
내 편은 아무도 없는, 그러나
사람은 누구나
가슴 기슭에 정박 중인
외로운 물무늬 하나
보듬고 사는 것
당신은 어느 별에서 왔나요
당신이 태어난 별도
작은 행성이었나요
가끔 눈물 젖어 떨어지는
긴 꼬리 별똥별을 보셨나요
그렇게 흘러온 바람이
눕고 일어날 때
생면부지 사람 속을 흐르는
방랑의 물무늬
뒹구는 낙엽 바람 서성이고
팽팽한 만월 속
둥둥둥 가슴 서늘한 저
소리 없는 두두림
따라 다시 길 위에 서는
동해, 밤새도록 메밀꽃 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