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세상의 멸망이 온다 해도
까만 밤이 왔다. 내 방 창가의 창을 열어두고 책상에 앉아 그 모습을 바라본다. 공항 관제탑에서 끊임없이 불빛이 왔다 갔다 한다. 8차선 도로로 수많은 차들과 익숙한 번호의 버스들이 지나간다. 해 질 녘 선명하던 시간과는 달리 모든 것이 어둠 속에 감춰지고 불빛들만 휘청이는 시간이다.
해가 지고 밤이 오는 시간 동안 가만히 그 모습을 바라보는 것이 정말 오랜만인 것 같다. 내가 가만한 시간을 보내는 동안, 누군가는 아직도 일을 하고 있고 어딘가로 향하고 있을 것이다. 매일 찾아오는 시간 속에서 그 시간을 보내는 너무나 다양한 사람들과 삶의 방식이 있다. 오늘 이 풍경을 보며 새삼스레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어제 유튜브를 통해서 영화 인터스텔라의 요약 영상을 보았는데 그걸 보고 난 후라 이런 감상을 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지구의 멸망으로 인해 우주에 인류의 새로운 터전을 찾아 나선 우주 비행사에 대한 이야기. 영화의 감독이 전하는 메시지는 ‘사랑’이라고 하던데 보고 난 후 나는 이 행성의 멸망이 찾아온다면…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4월 독서모임에서 환경을 주제로 한 책들을 읽으며, 환경오염으로 인한 심각성을 인지한 데다, 뉴스를 보면 나오는 코로나 소식과 미얀마 소식 등을 접하면서 지금 이 세상은 어디쯤 와있는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세상은 참 복잡하고 다양하게 돌아간다. 평소에 뉴스를 잘 보지 않는데 일부러 오늘은 뉴스 기사도 여럿 찾아봤다. 여러 소식들을 보며 내가 평범한 하루를 보내는 동안에도 여러 일들이 많이 있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세상의 마지막이 오는 그날까지도 세상은 여전히 오늘처럼 복잡하려나 싶다.
해가 뜨고 지고 밤이 되고 아침이 오는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시간 속에 오늘 내가 보낸 시간은 평범해 보이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너무나 많은 일들 사이에 이러한 평범함이 오히려 특별한 일이 될지도 모른다. 매일이 다르기에 우리가 살아가는 매일이 평범함이 아닌 특별함일 수도 있다.
조금씩 멸망 속으로 간다 한들 여러분의 일상은 특별하게 흘러가고 있다. 내일 세상의 마지막이 온다 해도 모두들 각자만의 특별한 하루를 보내는 것이 인간이지 않을까.